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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표의 가치- 이지혜(디지털뉴스부 기자)

기사입력 : 2024-03-28 19:30:37

투표의 계절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는 처음으로 학급 회장 선거를 경험했다. “나도 선거에 나가볼까?”라며 “제가 학급 회장이 되면 수업을 마치고 교실 정리를 제가 다 하겠습니다”라고 공수표부터 날리는 아이를 보고 한참 웃었다. 착한 친구에 투표했다는 선거 날, 알림장에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는 선생님의 메모도 함께했다.

▼투표는 의사의 결정이자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우리에게는 각종 선출직을 뽑는 ‘선거’로 익숙한 개념이지만 개인의 분명한 의사 표현이 중요해진 시대에 투표는 보편적인 의사 표현 수단 중 하나다. ‘미스터트롯’ 속 응원하는 출연자의 데뷔를 위해선 생방송 중 ‘문자 투표’를 표현해야 한다. 다수의 인원이 메신저 기능을 통해 약속 날짜를 투표로 정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자신이 공감하는 게시물에 ‘좋아요’, ‘하트’를 눌러 공감 수가 숫자로 표시되는 것 역시 투표의 개념이라 하겠다.

▼개인의 의사 결정이자 표현인 이 수단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지만, 막대한 정부 예산을 결정하고 입법활동을 하는 대표자를 결정하는 수단이 된다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유권자 한 표의 경제적 가치를 4660만원으로 환산했다. 4년간의 국가 예산을 유권자 수로 나눈 수치다. 일부 국가에서는 투표에 강제성을 부여한다. 호주·아르헨티나·튀르키예처럼 벌금을 물리거나 볼리비아나 멕시코처럼 공공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방식이다.

▼학급을 대표할 친구를 뽑는 아이의 마음처럼, 열렬히 응원하는 가수의 데뷔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처럼 4월 10일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차면 좋으련만. 정치의 변화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어느 당과 개인의 정치를 위해 당을 옹호하는 이를 선택한 어떤 당, 어김없이 나타난 꼼수 비례정당까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기력함이 표의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이지혜(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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