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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삶의 쓰나미 때 힘이 되어 준 글쓰기- 이동배(아동문학가·시조시인)

기사입력 : 2024-04-04 19:41:13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얄궂은 날씨는 낯가림이 심하다.

봄 안개 속 그네를 타듯 모두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휘젓고 헤쳐 나가기에 바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예로 들면 집이나 옷, 그리고 먹을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흔히들 ‘산다고 다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멋있고 풍요한 삶을 위해서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름대로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그 중에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쓰나미처럼 뜻하지 않은 큰 어려움이 몰려 올 때가 있다. 누구든지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저마다 대처 방법이 다르다. 간혹 어떤 이는 삶 자체를 포기하기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몸부림치면서 더 치열해지기도 하면서 그 시련을 이겨내고자 온갖 노력을 한다.

필자도 IMF 외환위기 때 막내 동생의 보증을 섰다가 어렵게 사 둔 집을 날리고 월급까지 압류를 당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온종일 온갖 잡생각으로 머리가 빙빙 돌고, 현기증을 느끼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취미로 가꾸고 애지중지 보살피던 200여 점의 춘란을 도난당하고 나니 나머지 난이며 분재가 말라죽는지도 모를 지경이었고 사람과의 관계까지도 어수선해졌다.

이 시기에 나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글을 쓰는 일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름난 작가도 아니지만 글을 쓰고 있을 때는 심란한 온갖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고 차차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잠이 오지 않는 밤늦은 시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온갖 걱정거리를 말끔하게 지워주었다. 그때 이후 늦은 밤에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어젯밤에 뜬 보름달은 참으로 빛났다./그 달을 떠서, 찻잔에 담고/은하수 국자로 찻물을 떠/차 한 잔에 명상한다…’ 초의선사처럼 이 신선한 시대에 차 한 잔과 더불어 별과 달을 보며 풍류를 즐기는 문인과 한량, 묵객은 어디 있을까만은 나는 그저 글 쓰는 자체가 멋있고 좋았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마법이다. 미국의 조엘 오스틴 목사는 그의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을 통해 ‘고통과 시련은 우리를 강인하고 활기 있고 생동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킬 것이다.’며 ‘올바른 생각을 품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행동을 한다면 우리들은 불행을 넘어 즐겁고 행복한 시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누구든지 긍정적인 생각을 품으면 어떤 세력도 우리가 목적지에 이르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시골에 살고 있다. 시골 삶의 참 재미는 천천히 사는 것이다. ‘슬로 시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씨를 심어 놓고 아무리 독촉해도 싹이 트고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은 그냥 그대로 자연의 법칙대로 흘러갈 뿐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벗 삼아 쑥 캐고, 달래 캐며 자연 속에 머물면서 함께 어울리며 작은 서재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것, 이게 멋진 삶이 아닐까!

이동배(아동문학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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