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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경고에도 방치”… 중대재해법 위반 최고 형량 나왔다

법원, 양산 한 업체 대표에 징역 2년

법인도 벌금 1억5000만원 선고

노동계 “사업주 책임 물은 판결”

기사입력 : 2024-04-09 19:42:11

안전 점검에서 위험성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양산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형량이다. 도내 노동계에선 사업주의 위법성이 밝혀지면 처벌을 통해 책임을 명확하게 묻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징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판사 이재욱)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엠텍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 업체 총괄이사에겐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업체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내려졌다.

A씨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2022년 7월 14일 다이캐스팅(주조) 기계의 내부 금형(금속으로 만든 틀)을 청소하던 중 금형에 끼여 숨졌다. 다이캐스팅 기계 안전문 방호장치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관계 기관의 여러 차례 경고에도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사고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두 번째 나온 실형이자 최고형이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함안 소재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해 12월 28일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업체 법인은 벌금 1억원을 확정받았다. 지난 2022년 3월 당시 공장에서 설비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2t 방열판에 다리가 깔리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음에도 대표이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따르면 경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는 한국제강, 두성산업, 만덕건설, 삼강에스앤씨, 엠텍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제강과 엠텍을 제외한 3곳 중 2곳(만덕건설, 두성산업)에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내려졌고, 1곳(삼강에스앤씨)은 1심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

도내 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법원이 사업주의 위법성이 밝혀지면 처벌을 통해 책임을 명확하게 묻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경남지역에서는 지난 2년간 중대재해처벌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지역 여론이나 분위기가 실질적으로 재판부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픽사베이/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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