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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제2의 충주맨 꿈꾸며 카메라 앞에 선 경남 공튜버들

개성 만점 유튜브, 재미도 최고 정보도 최고

기사입력 : 2024-04-16 21:30:27

충주시 유튜브 채널(충 TV) 운영자인 ‘충주맨’ 김선태의 인기몰이 이후 전국 지자체의 다양한 공무원들이 카메라 앞에 나서고 있다. 기존 지자체 홍보채널이 일방적인 정책 전달과 외주화를 통한 수준 높은 홍보영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충주맨’ 이후로는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해 재미와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하는 B급 감성 홍보영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일반 공무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챌린지 댄스를 추는 것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연기를 하며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공무원과 유튜버를 합친 ‘공튜버’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들이 충주맨을 모방한 엇비슷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변별력이 없거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등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경남도와 도내 시군에서도 공무원들이 출연하는 개성있는 콘텐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구독자 10만명 달성으로 실버버튼을 받은 경남도청 유튜브 채널은 주무관 2명이 출연하는 ‘주무관이 간다’와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서트’ 등 공무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도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 김해시의 ‘공무원 브이로그’, 창원시의 ‘추천뉴스’, 진주시의 ‘진주 공무원 뭐하니?’, 양산시의 ‘양튜브가 간다’ , 함양군의 ‘함양오락실’, 하동군의 ‘뚝딱뚝딱 가내수공업’, 고성군의 ‘아무튼 군청 출근’등 각 지자체들 유튜브에서 공무원들이 등장하는 자체 영상을 제작해 내놓고 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경남의 ‘공튜버’, 하동군청 ‘400만뷰 스타’ 김도희 주무관과 경남도청 ‘주무관이 간다’의 이주리·김지민 주무관을 만나 공튜버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도청 이주리·김지민 주무관
‘주무관이 간다’로 경남 곳곳 누비며 영상 19편
최근 조회수 7만뷰… “더 많은 분들이 봐주길”

경남도청 주무관이 간다의 이주리·김지민 주무관.
경남도청 주무관이 간다의 이주리·김지민 주무관.

도청 공식 유튜브 ‘경남TV’의 ‘주무관이 간다’ 출연자이자 제작자로 활약하고 있는 홍보담당관실 이주리(33), 김지민(31) 주무관은 도청의 자타공인 ‘공튜버’다. 지난 2022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엄홍길 대장과 지리산 타기, 사천에서 감성돔 낚시하기, 거북이집 입주 청소하기 등 경남 곳곳을 돌면서 두 사람이 만든 영상은 총 19편에 달한다. 초기 영상에서 1000회에 그친 조회수는 점차 늘어 최근 올린 영상은 연이어 7만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사람이 ‘주무관이 간다’를 제작한 이유는 ‘자연스러운 홍보’를 위해서다. 구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정책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여행·일상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던 이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주리 주무관은 “둘 다 내향형(I) 인간이라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고 큰 도전이었다”며 “처음에는 인사하는 장면만 5번씩 다시 찍기도 했는데, 둘이서 셀카봉 들고 계속 촬영하다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출연하는 경남지역 유튜브 영상 캡쳐
공무원이 출연하는 경남지역 유튜브 영상 캡쳐

주무관들이 가는 곳은 한정돼 있지 않다. 영상의 주제도 광범위하다. 거제 공곶이 나들이에서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고성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면서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창원유기동물보호소와 통영고양이학교에서 일하면서 유기동물 입양을 홍보하기도 한다.

김지민 주무관은 “시시때때로 이야기를 하면서 시의성에 맞게 주제를 정하고 있는데 2030세대에 맞춰서 일상의 재미와 정책과 홍보를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체험위주고, 촬영과 연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힘들진 않을까. 김 주무관은 “촬영하면서 가끔 소소하게 다칠 때도 있고 장시간 편집하면서 허리가 아프긴 해도 조회수랑 댓글 보면서 힘을 낸다”며 “또 저희 스스로 진행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기술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무관이 간다의 향후 목표를 묻자 이 주무관이 “팬 사인회”라고 답했다가 손을 젓는다. “그건 농담이고요, 저희 콘텐츠를 통해 도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아직 조회수가 엄청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봐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100회까지는 찍고 싶어요.”


하동군청 김도희 주무관
작년부터 영상 업무… 25초 ‘김치’ 숏폼 인기몰이
군수 집무실서 댄스 등 제작 “하동의 재미 알릴 것”

하동군 김도희 주무관
하동군 김도희 주무관

하동군에서 제작한 25초짜리 영상 ‘김치를 5초만에 품절시키는 방법’이 현재 428만뷰를 돌파했다. 이 영상은 하동군청 기획예산과 김도희 주무관(31)이 ‘2023 별천지하동 적량 김치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숏폼 영상이다. 영상 속 김 주무관은 핸드폰으로 배추를 열심히 촬영하지만, 확인한 영상에서는 셀프모드로 찍힌 김 주무관의 심각한 얼굴만 잡혀있다. 김 주무관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재치있는 기획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하동군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구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23년부터 군청에서 SNS 관리와 영상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 주무관은 그동안 △군수님 집무실에서 춤 추기 △군수님 관용차에 계란프라이하기 △전어먹방 △하동특산물 소쿠리춤 △농기계 도수치료 등 다양한 영상을 제작했다. 조회수는 수천 회에서 수만 회에 이른다.



김 주무관은 “원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취미처럼 즐겨보고, 공시생 시절엔 공무원 합격하면 공무원 브이로그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며 “이전 관광진흥과에 있을 때 최참판댁을 홍보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 정도로 좋아하는 일인데, 홍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즐기면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영상을 제작할 때 ‘군청스럽지 않게 만들기’에 가장 중점을 둔다고 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짧은 영상 대부분 하동군의 홍보나 정책을 담고 있지만 일반 유튜버의 영상처럼 보인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다. 김 주무관은 “커피나 점심을 먹으러 갈 때 가끔씩 알아보는 분들이 계신다”며 “항상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김 주무관의 목표는 하동의 재미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김 주무관은 “하동에 즐길거리가 너무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며 “홍보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영상 댓글에 하동에 이런 게 있었냐 관심이 생긴다라는 반응이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후임자가 생길 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하동을 알리고 싶은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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