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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서 전 남친에 폭행당한 20대 숨져… 가해자 ‘불구속’ 논란

기사입력 : 2024-04-17 15:06:52

경찰 긴급체포했으나 검찰 불승인
국과수에 사망 원인 정밀검사 의뢰
2022년부터 교제폭력 11건 신고 종결
작년 한 차례 보호조치 실시했으나
외부기관 개입·심리치료 등은 없어


거제에서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병원 치료를 받다가 10일 만에 사망했다. 가해자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폭행이 발생하기 전에도 11차례 교제 폭력으로 신고가 됐었지만 모두 처벌 불원으로 단순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처럼 교제 폭력의 경우, 분리 조치가 어려워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는 등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상해치사)로 20대 A씨를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께 B씨의 주거지인 거제지역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한 뒤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찾아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날부터 당일 아침까지 술을 마셔 만취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B씨는 병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0일 오후 10시 20분께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경찰은 B씨의 부모로부터 B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A씨를 11일 새벽 1시 20분께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없어 긴급성이 없다’며 긴급체포를 불승인했다. A씨는 11일 오전 9시께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B씨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직 폭행과 사망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B씨는 평소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2022년께부터 최근까지 사귀다 헤어지길 반복하는 관계를 지속해오며, 7건의 교제폭력이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7건 중 일부 쌍방 폭행 사례도 있었지만, 신고된 건 모두 피해 여성이 남성에 대해 처벌을 불원해 종결됐다. 경찰에 신고가 됐지만 현장에서 처벌 불원으로 종결 건이 3건, 나머지 4건은 경찰에 발생 보고가 됐음에도 이후 여성이 처벌을 불원한다고 밝혀 종결됐다. 이 밖에도 이들이 경북에 있는 같은 대학을 다닐 때에도 4건의 경찰 신고가 더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종결됐다.

앞서 이어진 폭행 사건과 관련, 경찰은 지난해 7월 2일부터 한 달간 B씨의 요청을 받아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한 차례 보호조치를 실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다른 분리 조치라든지 외부기관 개입이나 심리치료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그간 교제폭력 신고가 반복되는 사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여성에게 단순히 처벌의사를 묻는 정도에 그쳤다.

이번 폭행 사건이 발생한 뒤 B씨는 병원에서 자필진술서를 통해 A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으며, 유족도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 폭력은 형법상 폭행으로 적용이 되기 때문에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스토킹 등 범죄와 달리 분리 조치나 접근 금지 등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대신 피해자 의사를 거듭 물어보고 진의에 의한 처벌 불원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교제 폭력은 피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조치가 어려워 법의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등은 유가족과 함께 18일 경남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자 구속과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거제경찰서. /경남신문DB/
거제경찰서. /경남신문DB/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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