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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웹툰 스타 ② ‘서울역 네크로맨서’ 신지훈 작가

웹툰 평점 9.8점·1809만뷰… 나만의 설계도로 웹툰을 맛깔나게

기사입력 : 2024-04-22 21:07:22

어린시절 ‘만화광’… 만화가 꿈 이루려 건축회사 그만둬
학원 은사와 합작한 ‘문과남 이과녀’로 웹툰계 데뷔
웹소설 ‘서울역…’ 시각화하는 연출 맡아 웹툰화 작업
“드라마 장르로 마흔 전 ‘내 작품’ 만들어 올리는 게 목표”


드넓은 웹툰시장, 경남을 연고로 하는 웹툰작가들의 활약이 거세다. 국내 웹툰 플랫폼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 연재는 물론, 해외진출 소식도 잇따른다. 자랑스러운 우리 지역 웹툰스타들을 만나봤다.

어느 날 난데없이 이 세계로 가게 된 한 남자. 그곳은 언뜻 게임처럼 몬스터가 있고 마법을 부리는 판타지와 같은 세계였다. 그곳에서 20년. 강령술사로서 고지에 오른 그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서울역 네크로맨서’의 설정이다.

1809만 뷰, 평점 9.8점에 이르는 이 웹툰을 만드는 신지훈(36) 작가를 지난 18일 경남웹툰캠퍼스에서 만났다.

신지훈 작가
신지훈 작가

이 웹툰을 띄우면 세 사람의 이름이 뜬다. 신지훈과 지성웅, 진설우. 진설우 작가가 이 웹툰의 원작인 웹소설을 쓴 원작자이고, 신지훈 작가와 지성웅 작가는 이를 웹툰화하고 있다. 정확히는 신 작가가 각색과 연출을 도맡고, 지성웅 작가가 그림을 맡고 있다.

원작 웹소설이 연재되던 2020년 무렵 이 같은 남성향 판타지 붐이 일었고, 지금 신 작가가 소속돼 있는 웹툰기획사 재담미디어에서 이를 웹툰화할 수 있는 적임자를 물색한 것이 이들 두 사람이었다. 당시 두 작가 모두 경남웹툰캠퍼스에 입주해 있던 동기였다.

신 작가의 역할은 연출. 영화로 치면 감독에 가깝다.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일이죠. 글도 그런 게 있지 않나요. 진짜 맛깔스럽게 읽힌다, 맛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필력. 그걸 위해 인물과 배경의 배치, 앵글, 공간의 분위기 등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이냐 설계도를 짜는 거죠.” 웹툰을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무지함을, 그의 설명이 명쾌하게 날려버렸다.



‘설계도’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그는 사실 웹툰작가가 첫 직업이 아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건축회사에 다녔던 그는 2년 반 정도의 회사생활이 여러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고, 더 늦기 전에 좋아하던 것을 해보자며 회사를 나왔다.

“생각해보면 타협이었던 거 같아요. 학창시절, 만화를 그려보겠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대하셨거든요. 웹툰 아닌 만화책 시대에 만화가라는 꿈이 녹록지 않다는 데 저도 수긍했었고요. 이과 전공이었는데, 그중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건축을 전공했던 거 같아요.”

처음 기획부터 끝맺음까지 작가의 의지가 작용하는 만화와 건축은 달랐다. 통제를 벗어나는 돌발상황이 다수 일어나니, 임기응변도 힘들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사표를 냈다. 서른하나. 꽤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다.

웹툰 서울역 네크로맨서
웹툰 서울역 네크로맨서
웹툰 문과남 이과녀
웹툰 문과남 이과녀

마침 지역에서는 경남웹툰창작체험관이 생겨난 즈음이었고 지훈 작가는 그 길로 만화를 시작했다. 작가로서의 출발도 그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던 건 예상 밖이었다. 막연히 ‘잘할 것 같다’던 본인의 능력치는 좀처럼 발현되지 않아,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쌓아야 했다. 데뷔작은 학원 은사와의 합작인 ‘문과남 이과녀’다. 당시 은사가 스토리를 썼고, 신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데뷔할 때 감회가 새로웠겠다’는 질문에 그는 “별 생각 없었다”고 답했다. 왜냐면 1편을 완성하는 데 꼬박 4주가 걸렸고, 2편은 3주, 3편은 2주, 4편은 1주가 걸려, 이번 주도 겨우 마감했다는 안도감 외엔 다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역 네크로맨서’도 스토리의 원작자가 따로 있으니 굳이 따지면 마음 설레는 그만의 진정한 데뷔는 아직인 셈이다.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니고 더 늦기 전에, 마흔 전에는 처음 기획부터 모든 걸 다 직접 한 제 작품을 올리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그는 지금 웹툰이 끝나는 올해 9~10월부터는 짧으면 반년, 길게는 1년 휴지기를 갖고 본격 작품 구상에 돌입할 생각이다.

지금 연재 중인 판타지물과 달리 그가 원래 선호하는 장르는 드라마다. 정서적으로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에 사람들이 겪는 사건과 좌절, 그리고 도전의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상업적인 장르는 아니라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어릴 때 만화를 진짜 좋아했거든요. 완전 푹 빠져서 24시간 만화책만 들고 있을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푹 빠져서 볼 만한 만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 하나 폐인 만들겠다는 거냐’는 짓궂은 질문에 웃어보이는 그가 내놓을, 신지훈의 작품을 기대해본다.

글·사진=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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