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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 56명 희생자 넋 42년 만에 기리다

의령 ‘우순경 총기사건’ 첫 위령제

기사입력 : 2024-04-26 16:18:44

4·26추모공원에 1500명 모여 엄수
제례·헌화·추모사·공연 등 진행
유족 전도연씨 편지 낭독 눈물바다
오태완 군수 “역사적 사명감 완수”


"지난 42년동안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위령제 조차 열지 못했던 세월이 한탄스럽습니다".

의령군이 26일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된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의령4·26위령제'를 개최하자, 위령제에 참석한 군민들은 한결같이 뒤늦은 추모공원 조성과 합동위령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희생자들을 공식적으로 추모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추모공원을 조성한 의령군과 오태완 군수의 행정노력에 고마움도 표했다.

26일 오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된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의령군/
26일 오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된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의령군/
의령4.26위령탑 앞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의령군/
의령4.26위령탑 앞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의령군/

이날 열린 위령제에는 오태완 군수, 권원만 도의원, 권순희 의령교육장, 장혁두 의령군노인회장과 유족, 지역 주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를 열렸다.

일명 '우순경 사건'이라 불리는 궁류 총기 사건은 경찰로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이 1982년 4월 26일 마을 주민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주민 56명을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당시 정권은 보도 통제로 철저하게 이 사건을 덮었고, 이후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행사 한번 열지 못한 채 안타까운 세월만 보내왔다.

'의령 4·26 추모공원'은 궁류면 궁류공설운동장 인근에 8891㎡ 규모로 조성됐다. 2021년 12월 당시 국무총리에게 오태완 군수가 국비 지원을 건의하면서 추모공원 조성이 가능하게 됐다. 군은 202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7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고 도비 2억원과 군비 21억원을 합쳐 추모공원을 만들었다.

이날 위령제는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제막식, 제례, 헌화, 추모사,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의령4.26위령제에서 살풀이춤이 진행되고 있다./의령군/
의령4.26위령제에서 살풀이춤이 진행되고 있다./의령군/
26일 열린 의령4.26위령제에서 희생자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 편지'를 낭독하며 울먹이고 있다./의령군/
26일 열린 의령4.26위령제에서 희생자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 편지'를 낭독하며 울먹이고 있다./의령군/

사건 발생당시 20살이었던 피해자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행사장 곳곳에서 통곡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전 씨는 "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하고 울어 보고 싶어요.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은 저에게 슬픈 봄이었는데, 이제는 4월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여기 따뜻한 곳에서 엄마 좋아하시는 꽃 보며 편히 쉬고 계세요. 내년 4월에도 엄마 보러올게요"라고 편지를 낭독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족 대표 류영환 씨는 "이제 부모님, 형제들을 볼 면목이 생긴다. 오늘 한이 풀리는 날이다. 오태완 군수를 비롯한 애써주신 의령군 관계자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오태완 군수는 추모사를 통해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 이제 의령은 '우순경 시대'의 아픔을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울먹여 행사장을 숙연케 했다.

의령4.26위령제가 열리는 도중 오태완 의령군수가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의령군/
의령4.26위령제가 열리는 도중 오태완 의령군수가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의령군/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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