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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령군, 우순경 총기사건 희생자 넋 42년 만에 위로

기사입력 : 2024-04-28 19:20:21

의령 궁류면 우 순경 총기 난사 사건 발생 42년 만에 늦은 첫 위령제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명 ‘우 순경 사건’이라 불리는 궁류 총기 사건은 경찰이던 우범곤 순경이 1982년 4월 26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마을 주민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주민 56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우 순경은 희대의 살인마로 기록되며 단시간 최다 살인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를 정도였으나,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사실상 언론보도에서 사라졌다. 당시 정권이 보도 통제로 철저하게 이 사건을 덮었기 때문이다. 이후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행사 한 번 열지 못한 채 안타까운 세월만 보내오다 지난 26일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된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첫 위령제가 열린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라는 데 더욱 치를 떨게 한다. 국민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경찰 공무원이 되레 무방비한 마을 주민들을 차례로 살해했다는 것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건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추모공원이 세워지기 전 41년간 한 번도 추모행사를 열지 못한 채 사건을 ‘쉬쉬’ 해왔다는 점에서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본지가 사건 당시 야간 현지 취재로 지면에 대서특필로 며칠간 다뤘으나 이후 정권의 통제가 이어져 온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궁류면 우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첫 위령제가 열리기까지 너무 나 먼 세월을 감내해야만 했다.

위령제 때 ‘마을 주민 대부분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낸다’는 주제 영상과 희생자 명단이 대형 스크린에서 나올 때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사건 당시 20살이었던 피해자 유족인 전도연씨의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에 곳곳에서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42년간 묶여 있었던 통곡이었을 것이다. ‘의령 4·26 추모공원’은 궁류면 궁류공설운동장 인근에 국·도·군비 30억원으로 지어졌는데, 오태완 군수가 2021년 국무총리에게 국비 지원을 건의하면서 추모공원 조성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하는 바다. 이번 위령제를 계기로 추모공원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편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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