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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뿌리째 쑥… 창원 가로수길 나무 ‘황당 절도범’

기사입력 : 2024-04-29 21:23:15

가게 앞 3년 키운 만리향 도난 피해
CCTV에 남성 범행 고스란히 찍혀
경찰, 탐문수사 등 두 달째 추적 중
상인들 “10여년 전부터 좀도둑 골치
방범용 CCTV 설치·인식개선 필요”


창원 가로수길 가게에서 키우던 만리향 나무를 뿌리째 가져간 황당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달째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인들은 10여년 전부터 좀도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창원 가로수길 나무 절도범의 범행은 대담하고 간결했다. 지난 3월 8일 오전 9시 28분. 7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절도범은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가게 앞 화단으로 걸어왔다. 만리향 앞에 선 그는 주저하지 않고 두 손으로 나무를 쑥 뽑아낸 후 태연하게 걸어갔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15초. 가게 외부에는 떡하니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남성에겐 한낱 기계에 불과했다.

지난 3월 8일 오전 9시 28분께 창원 가로수길 가게 앞 만리향 나무를 한 행인이 뽑아가고 있는 모습./CCTV 캡처/
지난 3월 8일 오전 9시 28분께 창원 가로수길 가게 앞 만리향 나무를 한 행인이 뽑아가고 있는 모습./CCTV 캡처/

절도는 계획적이었다. 절도범은 사건 전날인 7일 오전 9시 7분께에도 현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CCTV에 촬영된 범인은 눈도장을 찍듯 길을 지나면서 만리향 나무를 유심히 살피고 사라졌다.

3년 전 가게 문을 열며 나무를 심었던 가게 점장은 황당함과 함께 오래된 지근거림을 다시 느꼈다. 가로수길 상인들은 10여년 전부터 생활형 좀도둑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점장은 “당시 꽃이 피기 직전이라, 향이 엄청 좋아 훔쳐간 것 같다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가로수길 상인들은 이런 분들로 인해 절도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왔다”고 호소했다.

점장은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함과 동시에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특유의 황당함에 이슈되면서 29일 기준 39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점장은 “주변 상인들에게 경찰에 신고해도 검거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SNS의 힘을 빌려보자는 생각으로 업로드했는데 반응은 있지만 변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달 가까이 범인을 추적 중이다. 신고 직후 각 가게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고 탐문수사도 진행했지만 용의자의 행적을 쫓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적 결과 절도범이 경남도민의 집까지 향한 것은 확인됐지만 이후 행적이 끊겼다”며 “이곳 지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근 주민으로 추정되는데 최대한 검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상인들은 재발 방지를 염원하고 있다. 바늘 도둑이 언제 소 도둑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근 몇 년간 꽃, 시연품, 입간판 등 밖에 둔 물건을 비롯해 화장실에서 락스액만 담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송민정 창원가로수길상인회 총무는 방범용 CCTV 설치와 주민·방문객 인식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총무 또한 과거 향수 시제품을 절도당한 바 있다.

송 총무는 “너무나 사소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인근 주민이라 생각하면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로수길이 되기 위해 행정과 수사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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