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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보호 완충녹지 없애고 거대 옹벽 세운다니…”

김해 한림 어병마을 주민 기자회견

사이언스파크 산단 공사 피해 호소

기사입력 : 2024-04-30 15:33:41

“완충녹지를 없애고 그곳에 높이 20여m, 길이 300여m 옹벽을 세운답니다. 자기들 부모님이 이곳에 산다면 이런 식으로 산단을 조성하고 변경승인을 내주겠습니까.”

김해 한림면 사이언스파크 일반산단 조성부지 인근 어병마을 주민들이 산단 조성공사로 삶이 파괴됐다며 공사중단과 재해영향 재조사, 이주대책을 포함한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해 한림면 어병마을 주민들이 30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해 한림면 어병마을 주민들이 30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어병마을 주민들은 지난 25일 사이언스파크 일반산단 조성지와 어병마을 사이 완충녹지에서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 데 이어 30일에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김해시와 시행사는 완충녹지 조성 예정 8064㎡의 면적을 2017년부터 변경을 시도하면서 어병마을 쪽은 모두 없애고 주민 보호와 관계없는 김해대로변 쪽으로 완충공간을 확보했다”며 “마을을 산단 조성공사로부터 보호하던 완충녹지가 사라지고 대신 거대한 옹벽이 들어서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참다 못해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어병마을 전경. 마을 뒤 좌우로 길이 300여m, 높이 20여m 옹벽이 들어설 예정이다.
어병마을 전경. 마을 뒤 좌우로 길이 300여m, 높이 20여m 옹벽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은 “2019년 10월 완료 예정이었던 공사 기간이 2025년 10월로 6년이 연장되면서 시행사는 지연된 공사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발파작업을 대폭 증가시켰다”며 “발파 진동과 소음으로 가옥 균열과 축사 소 폐사는 물론 주민들도 발파 때마다 충격에 놀라 신경쇠약증세, 불면증, 불안증 진단을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전재해영향 보고서를 재작성해 재협의하는 것은 물론 피해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피해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이주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재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해 사이언스파크 일반산단은 애초 2013년 33만여㎡로 산단계획이 승인났으나 2014년부터 2023년까지 6차례 변경승인이 나면서 85만여㎡로 조성면적이 확대됐다. 현재 공정률은 30%다.

공사기간 산단 조성부지와 연접했으나 조성부지에 포함되지 않은 어병마을 주민들(27가구 50여명)은 1인당 1000만원 정도인 5억7000만원의 피해 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보상금은 공사 기간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교통 등 생활피해에 대한 보상금이었다”면서 “완충녹지가 사라진 자리에 높이 20여m, 길이 300여m의 옹벽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주를 하지, 누가 보상금을 받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산단 시행사는 “첫 사업 고시 때는 옹벽이 없었으나 산단을 확장하면서 완충녹지에 옹벽이 들어서면서 구조물 비탈면은 녹지 불인정에 따라 도로사면으로 바뀌었다”며 “현재 지형상 옹벽을 낮추는 등 공사 변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 시행사와 마을 주민간 의견 조율이 힘든 상황이나 시행사가 수용 가능한 사항은 즉시 이행토록 조치하고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원만한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겠다”며 “시에서 중재 가능한 사항은 승인권자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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