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임화, 지하련 그리고 시의 도시- 이선애(수필가)

기사입력 : 2024-04-30 19:34:14

마산은 날씨가 따뜻하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결핵을 치료하는 병원이 가포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많은 예술인이 요양하고 치료하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왔다. 그중 한 명이 카프 중앙위원회 서기장이고 좌파 진영의 대표적 문학 이론가이자 시인이었던 임화이다.

임화는 치료를 위해 찾아온 마산에서 아름다운 여인 지하련을 만난다. 그녀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그는 사랑이 넘치는 2년 6개월가량을 마산에서 보낸다. 낚싯대를 드리워 마산 앞바다가 내어주는 몇 마리의 생선을 들고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노을빛 고운 임항선을 걸어서 돌아왔을 것이다.

‘우리 오빠와 화로’는 임화의 대표작으로 ‘단편 서사시’ 형식을 선보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노동자의 삶에 드리운 자본주의적 현실과 이 속에서 싹트는 계급의식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가슴 뜨겁게 시를 쓰고 운명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던 젊은 시인 임화와 그의 아름다운 동지이자 소설가인 지하련의 영혼이 붉은 꽃으로 피어났던 마산이다. 임화와 지하련의 이야기를 간직한 주택이 창원야구장 뒤에 그대로 폐허처럼 방치되어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노력했던 시인이자 소설가로 문학사의 중요한 인물이다. 많은 뜻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지면을 통해 이 주택의 문화재적 가치를 주장하였으며 보존의 필요성을 창원시에 요구하였다.

최근 발표된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에 의하면 ‘지하련(池河蓮) 주택’이 원형 보존된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지하련 주택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협의가 완료된 만큼 지하련 주택에 대한 원활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근대건축물 지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많은 이들의 발길이 향할 것이다.

역사를 움직였던 사람의 흔적이 기억되고 기록되고 전달되는 것이 공간이 가진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임화, 지하련 외 수많은 시인의 아름다운 발자취가 숨 쉬는 시의 도시 마산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선애(수필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