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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인플루언서 ‘명암’-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기사입력 : 2024-05-06 19:18:12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10년간 몸담았던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 인플루언서로 전업해 화제가 됐다. 그는 교사 생활하면서 인플루언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온라인 세계’로 뛰어들었을까.

SNS에서 수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들이 창출하는 수익과 활동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까지 바꿔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SNS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정되며, 대표적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만명 이상의 인플루언서는 10만여명, 100만 팔로워 이상은 500여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 설문조사를 보면 ‘온라인 제품 구매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묻는 말에서 MZ세대의 29%가 ‘인플루언서’라는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영향력뿐만 아니라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놀랄 만하다. 팔로워가 1만~5만명 사이인 인플루언서의 월평균 수익은 268만원, 100만 이상 팔로워는 20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향력이 곧 돈이 된다는 것이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통계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인구의 81%에 해당하는 4183만명이 유튜브를 사용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이면 월평균 300만원 이상, 100만명 이상이면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의사, 대통령 대신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가 장래 희망 1순위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대구사이버대학은 ‘인플루언서 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를 ‘디지털시대 인간 광고판’으로 정의할 만큼 인플루언서에 영향을 받아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 패턴도 확산하고 있는 시대에 초등교사가 인플루언서로 전업하는 것이 화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유튜브 등이 숏폼(짧은 영상)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익화의 길을 열면서 너도나도 이 세계로 뛰어들지만 쉽게 돈을 벌 순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구독자 1000명, 누적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을 넘겨야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 기준을 넘긴 국내 유튜브 채널은 국내 유튜버 1% 수준인 10만 개를 간신히 넘는다. 성공한 유튜버를 가르는 기준인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 이상)’은 6300여 개에 불과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수익도 빈부 차이가 확연하다. 상위 1%의 1인당 연평균 수입이 7억1300만원으로 이들의 총수입은 전체의 28%를 차지하는 반면에 하위 50%의 수입은 4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가 독식하는 피라미드 구조인 셈이다.

화려해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빛나는 조명 뒤에는 비방과 가십이 따라붙고, 비판, 혐오, 악플 등 인신공격과 같은 뜻하지 않은 상황도 겪게 된다. 최근 출간된 ‘인플루언서 탐구’에서는 유명인들이 ‘좋아요, 구독, 눌러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들의 밝은 표정 뒷면에는 음영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치열한 경쟁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돈을 벌 순 없다. 무작정 ‘실버·골드’를 좇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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