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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21) 검은딱새

13㎝ 크기로 870㎞ 비행… 작지만 강하다

여름 전령사의 힘찬 날갯짓

기사입력 : 2024-05-10 08:11:58

논·습지서 서식하는 여름 철새
참새보다 작고 암수 색깔 달라
최근 이동 경로 국내 최초 확인
흑산도 출발 수컷, 日 교토서 발견


봄이 깊어 가자 번식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여름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4월 초 주남저수지 인근 습지에 작은 산새가 숲을 누비며 데이트하고 있다.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은 여름의 전령사 검은딱새다.

검은딱새 암컷.
검은딱새 암컷.

검은딱새는 우리나라의 흔한 여름 철새로 덤불이나 개활지, 초지에서 서식한다. 몸길이는 참새보다도 작은 13㎝이다. 수컷의 머리와 등, 꼬리는 검은색이고, 어깨에는 흰색의 긴 띠가 있다. 허리는 흰색이며, 목의 뒷부분을 제외하고 흰색 띠가 있다. 윗가슴은 적갈색이고, 가슴과 배는 흰색이다. 암컷은 머리와 등은 어두운 회갈색이고,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가슴과 배는 흰색이며, 가슴과 옆구리는 연한 적갈색이다.

흔한 여름 철새지만 덩치가 작고, 시기를 잘 맞추지 않으면 탐조가 쉽지 않다.

서식지는 숲이 우거진 곳보다 논이나 습지, 과수원, 산림의 가장자리를 좋아한다. 둥지는 농경지 주변 땅바닥에 틀지만 아주 은밀하게 만들기 때문에 둥지 관찰은 쉽지 않다.

왼쪽부터 머리·등·꼬리가 검은색, 윗가슴이 적갈색인 검은딱새 수컷.
왼쪽부터 머리·등·꼬리가 검은색, 윗가슴이 적갈색인 검은딱새 수컷.

엷은 녹청색에 갈색 점이 찍힌 알을 낳는데, 보통 5~7개를 낳고 13~14일 동안 품으며, 새끼가 부화하면 주로 곤충이나 애벌레, 거미 등을 먹인다. 암수가 함께 육추(알에서 깐 새끼를 키움)를 하지만 땅바닥에 튼 둥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늘 천적의 습격에 노출되어 있어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 위해서는 어려운 난관을 잘 넘겨야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검은딱새 암수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검은딱새 암수들.

검은딱새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가 감나무 꼭대기 앉아 먹이를 찾고 있다. 긴 여행으로 체력이 고갈된 녀석들은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낯선 곳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짝을 찾아 둥지를 틀고 번식할 수도 있다.

최근 철새 이동 경로 조사를 통해 검은딱새 이동 경로가 국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흑산도에서 가락지를 부착하여 방사한 3년 이상인 수컷 어른 새가 870㎞ 떨어진 일본 교토의 교탄고시에서 발견되었다. 13㎝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새가 870㎞나 비행한 것으로 밝혀져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검은딱새 수컷.
검은딱새 수컷.

탐조하다 보면 뜻밖에 반가운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검은딱새도 그중 하나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검은딱새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아마도 녀석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 탓으로 추정된다. 보다 세심한 배려와 관심으로 검은딱새가 이곳에서 안전하게 번식하고 올가을 새끼들과 함께 월동지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최종수(생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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