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증상과 예방법] 선명했던 세상… 점점 멀어진다
사물 휘어 보이거나 일부 검게 보이면 의심해야
50세 이상서 발병률 높아 방치하면 실명 이어져
흡연·비만 등 위험 요인… 정기검진으로 예방을
나이가 들면서 눈앞이 침침해지면 대부분 노안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노안이 아니라 다른 안과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그중 황반변성은 대표적인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시력을 크게 잃거나 실명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황반변성= 황반변성이란 말 그대로 황반의 비정상적 변화를 의미하는 질환이다.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망막은 눈 속에서 빛을 감지하고 이를 신경 신호로 변환해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쉽게 말해,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필름이 손상되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처럼, 망막이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시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눈의 망막 중심에 있는 황반은 전체 시력 중 약 90% 이상을 담당하고 글자 읽기, 얼굴 인식, 색상 및 세부 사항 구별 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큰 의미의 황반변성은 황반 앞에 막이 생긴다거나, 황반부 아래에 물이 생긴다거나, 황반부에 색소성 변화가 생기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단어이지만, 좀더 구체적으로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화와 관련해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황반부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며 국내에서 고령에서 실명의 주요 원인이며, 서양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에서 가장 흔한 실명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황반변성 환자는 2017년 16만 6007명에서 2021년 38만 1854명으로 약 130% 증가했고, 사회가 고령화되고 식습관 등이 서구화되면서 점차 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흡연, 자외선 노출,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 황반변성과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삼출성 황반변성은 주로 망막 아래 맥락막에 신생혈관(혈관이 있으면 안되는 곳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된 것)이 생기고, 그것으로부터 삼출액이 망막으로 새거나(그래서 ‘삼출성’이라고 함) 혈관이 때로는 터져서 피가 고이거나(혈액 안에 있는 철은 후에 산화되면서 망막을 손상시킴)를 반복하며 황반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삼출성이 되기 전에 황반변성에서는 황반이나 그 주변부 망막 아래에 ‘드루젠’이라는 노란 침착물이 쌓이는데, 이것이 심하게 쌓여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것이 맥락막 신생혈관이 생성되는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삼출성이 되기 전의 이런 황반변성을 비삼출성 황반변성이라고 부른다. 비삼출성 황반변성은 일반적으로 진행이 느리고 심한 시력저하를 초래하지는 않으나 10~20% 정도에서 결국 삼출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비삼출성 황반변성은 이렇듯 삼출성이 되기 전의 황반변성도 있으나 지도상위축으로 진행하는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그것은 몸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망막의 시세포와 바깥 망막층이 죽어서 황반 주변부가 위축되고 기능을 잃는 형태이다. 삼출성, 비삼출성, 지도상위축(비삼출성) 황반변성은 한 눈에서도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형태가 발견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형태가 다른 형태로 변하기도 하므로 꾸준한 경과관찰이 필요하다.

◇조기 발견 중요=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세포의 손상은 비가역적(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이어서 중요 부위가 손상되고 나면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두 눈으로 생활하기에 한쪽 눈에만 황반변성이 진행한 경우 빨리 인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40~50대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 발견을 위해 집에서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는데, 이때 암슬러 격자(Amsler Grid)를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밝은 곳에서 격자를 30㎝ 거리에 둔다. 그리고 한쪽 눈을 가리고 다른 한쪽 눈으로 격자 중심의 검은 점을 바라본다. 반대쪽 눈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만약 선이 휘어 보이거나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참고용일 뿐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망막의 단면을 촬영해 황반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이나 조영제를 주사한 후 망막 혈관의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형광안저조영술 등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는= 황반변성의 치료는 질환의 진행 상태와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건성 황반변성(드루젠)의 경우 특별한 치료법이 없지만, 항산화제가 포함된 영양제를 복용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지도상위축으로 진행하는 건성 황반변성의 치료제는 몇 가지 약물이 개발 및 승인되었으나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다.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내피성장인자억제제 주사 치료가 대표적이다. 이는 눈 속에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을 억제하여 시력 저하를 막는 치료법으로, 4~8주 간격으로 반복적인 주사 치료가 필요하지만, 시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레이저 치료나 광역학 치료(PDT) 등이 드물게 시행될 수 있다.
황반변성의 주요 원인은 노화이지만, 생활 습관에 따라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흡연은 황반변성의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발병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금연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강한 햇빛 아래에서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을 보호하고, 녹황색 채소(케일, 시금치, 브로콜리 등)와 항산화 영양소(루테인, 지아잔틴 등)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안과 김은아 교수는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실명 질환 중 하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특히, 40대 이후부터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건강한 시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황반변성 예방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안과 김은아 교수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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