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대형 산불] 대기건조·강풍·경사 지형 ‘악재’… 장비·인력 분산 ‘골든타임’ 놓쳐

화재 진압, 왜 늦었나

기사입력 : 2025-03-23 19:47:10

산청 산불이 사흘째 진화에 난항을 겪은 것은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 동시다발인 산불이 잇따르며 진화 역량이 분산된 데다 산의 지형이 30도 정도로 경사진 특성과 변화무쌍한 바람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께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산39 일원에서 시작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바싹 마른 낙엽이 불씨가 돼 3시간여 만에 급격히 확산하면서 당일 오후 6시 40분께 산불 발생 3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3단계는 예상되는 피해 면적이 100㏊ 이상이며, 초속 11m(평균 풍속) 이상의 강풍 속에 대형산불로 확산돼 이틀 내 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때 산림청장이 발령한다. 이때 산불영향구역은 120㏊ 정도로 예상됐다.

21일 오후 11시 기준 진화율은 15% 정도에 불과했으나, 22일 오전 들어 차츰 진화되는 분위기였다. 22일 오전 11시 기준 진화율은 70%로 치솟았다. 당시 전체 16㎞의 화선(火線) 중 4.8㎞만 남은 상황이었다. 헬기 43대와 소방차 등 장비 121대가 투입되고, 인력 1365명 등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돼 화재 진압에 속도를 올린 것이 주효했다. 오전 한때 진화율은 최대 75%까지 올랐다.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진 22일 산불 연기가 신천리의 한 마을을 뒤덮고 있다./김승권 기자/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진 22일 산불 연기가 신천리의 한 마을을 뒤덮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산청에 이날 오전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뒤 대기가 더욱 건조해졌고, 산 정상 부근에 초속 10~15m 상당 강풍이 지속됐다. 또 불이 난 산의 지형이 30도 정도 가파른 점도 빠르게 확산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다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북 의성군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산불이 속출했다. 이날 오후 2시께 김해 산불, 낮 12시께 울산 산불 등 하루 동안 각지에서 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오후 3시 30분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경계’ 및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이로 인해 산불 발생지별로 진화율에 따라 헬기 투입을 분배하는 등 진화 장비·인력이 분산됐다. 산청 산불을 완진하지 못한 채 진화 역량이 분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셈이다. 그사이 최초 불이 난 산에서 불꽃이 강풍을 타면서 비산해 수킬로미터 떨어진 산자락 곳곳으로 옮겨 붙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졌다. 22일 오후 7시 30분 기준 산청 산불 진압을 위해 헬기 35대, 경북 의성에는 헬기 27대, 울산 울주에 헬기 7대, 김해에 헬기 4대 등이 분산 투입되는 등 곳곳에서 산불 대응에 애를 먹었다. 22일 오후 10시 산청 산불 진화율은 25%로 떨어졌다. 이후로 23일 산청 산불 진화율은 오전 9시 30%, 오전 11시 55%, 오후 1시 65%, 오후 6시 70% 등으로 차츰 올랐다.

한편 오는 27일이나 돼야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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