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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神들 고향 `高天原` 고령 가능성

기사입력 : 1999-06-28 00:00:00
  713년에 완성된 고사기(古事記)와 720년경 편찬완료된 일본서기(日本書
紀)와 같은 일본 고대 문헌 첫 머리는 신(神)들이 어떻게 일본을 세우게 됐
는가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건국신화는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건국했다는 큰
줄거리가 단군왕검이나 주몽, 박혁거세 같은 우리 건국신화와 대단히 비슷
한데다 한국이무대로 직접 등장한다는 점에서 국내 학계에서도 주목을 하
고 있다.

 일본 건국신화 중에서도 특히 신들이 땅에 내려오기 전에 살았다는 고천
원(高天原.다카마노하라)이란 곳은 단순히 글자 그대로 「저 높은 하늘 벌
판」이 아니라 고대한국 어느 곳을 가르키는 실재 지명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일본신화에서 고천원은 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일본 신들의 부모인 이
자나기와 아자나미, 이들 사이에서 난 여신 아마테라스, 그리고 이 여신의
남동생인 스사노노미코토니 하는 신들이 모두 이곳에서 살았다.
 이 신들 중에서 스사노노미코토는 갖은 못된 짓을 일삼는 망나니. 이 때
문에 고천원에서 땅으로 내쫓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신화에서 단군의 아버지인 환웅에 해당하는 일본
개국신스사노노미코토가 첫 발짝을 디딘 땅은 일본 어느 곳이 아니라 신라
의 소시모리(曾尸茂梨)라는 곳이었다.
 한동안 소시모리에 살던 스사노는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자기 아들을
데리고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 이즈모(雲國)라는 곳에 정착했다고 일
본 건국신화는전하고 있다. 이 때부터가 고사기 등이 전하는 일본 역사의
시작이다.
 그러면 고천원과 소시모리가 실재 어떤 지명을 가르킨 것일까.
 옛 대가야 도읍지인 경북 고령에 있는 가야대 이경희 총장은 고령이 바
로 고천원이며 소시모리가 고령과 인접한 경남 거창군 가조면의 해발 1,046
m인 우두산(牛頭産)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는 이 총장의 독단적인 학설이 아니다. 고령과 우두산이 일본신화에 등
장하는고천원과 소시머리를 가르킨다는 것은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인 마
부치 가즈오 쓰쿠바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부 한.일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
다.
 이런 주장은 언어학적 분석에서 나왔다. 특히 소시모리의 경우 소머리와
같은말로 이두식 한자로 표기할 때 우두(牛頭)라는 것. 그런데 소시머리,
곧 우두라는곳이 거창 한 곳밖에 없으므로 이곳이 바로 스사노가 살았던 곳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두, 즉 소머리라는 말은 다른 곳에도 등장한다. 삼국사기에 따
르면 지금의 춘천을 옛날에는 우두주(牛頭州), 다시말해 소머리고을이라고
했다.
 이와관련, 일본 고대신화 전공이면서 최근에 고사기를 완역한 울산대 일
어일문학과 노성환 교수는 학계에서는 고천원과 소시머리가 상상속에 만들
어낸 지명이거나실재 지명이라는 두 가지 학설로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한
다.
 실재 지명이라는 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소시머리가 ▲서라벌이나 부여
의 옛이름인 소부리처럼 「서울」을 의미하는 고대 한국어 이거나 ▲거창
의 우두산이나 춘천을 가리키는 말로 생각하고 있다고 노교수는 덧붙였다.
 어떤 경우건 일본신화에 등장하는 고천원이나 소시머리가 설사 고령이나
우두산이 아닐지라도 고대 한국과 밀접한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어떻든 고천원이 고령 일대라고 확신하고 있는 이경희 가야대 총장은 이
학교교내 큰 빈터를 고천원이라 이름하고 이곳이 일본건국신화가 말하는 고
천원이란 곳임을 알리기 위해 「고천원고지」(高天原故地)라는 큼지막한 한
자가 적힌 높이 6m짜리 거대한 비석을 세워 오는 28일 성대한 제막식을 갖
기로 했다.
 제막식 뿐만 아니라 이 총장은 이를 기념한 학술대회를 고천원=고령설을
제창한마부치 교수를 초청한 가운데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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