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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팬덤(Fandom)- 강희정(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4-05-26 19:29:48

유명 트로트 가수가 ‘음주 뺑소니’ 논란 15일 만에 구속됐다. “술잔에 입만 댔다”며 2주가량 거짓말만 하던 ‘스타’는 결국 유치장에 갇혔다. 한때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막대한 팬덤을 거느린 스타가 된 이후에도 학폭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해”라며 논란을 피해 갔고, 회원 수 15만명에 달하는 팬덤은 조건 없는 지지를 보냈다. 이번 논란에도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며 옹호하고, 강행된 공연에서는 그를 대신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과 ‘영지(領地)·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적·사회적 현상을 뜻한다. 팬덤을 흔히 대중문화의 산물로 이해하지만 그 범위는 공통된 관심이 상호연결된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다. 지지자에 대한 적극적인 선호와 능동적인 참여로 이루어져, 합리적인 판단이나 비판보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성향이 나타나기 쉽다.

▼요즘 더 큰 문제는 팬덤에 갇힌 정치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미디어의 확산, 정치인들의 지지층 확보 노력이 결합해 마치 연예인을 좋아하듯 정치인을 추종하는 ‘팬덤 정치’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의 부패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이나 검찰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포장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편향된 사상으로 갈등을 유발해 양극화를 조장하기도 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빗나간 팬덤에 대한 맹신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들의 움직임이 보편적 정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 정치 진영의 다른 주장도 공익을 위한 목소리라면 민주주의에 필요하다. 오늘날 모든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진화한다. 팬덤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고, 사회적 공익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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