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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동물학대에 대한 단상- 김정민(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4-05-27 19:34:40

최근 통영에서 바닷가 돌에 묶인 고양이가 익사한 채 발견되면서 세간에 공분이 일었다.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고양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눈물이 난다” “소름 끼친다” 등의 분통을 쏟아냈다.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빼앗는 범죄가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살아 있는 생명체를 괴롭히는 행위는 날로 잔혹성을 더해가는 모양새다.

▼동물도 삶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이후 동물이 생명을 지니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부당하게 취급받거나 학대당하지 않아야 한다며 31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처벌 수위도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상향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거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법을 위반해도 엄벌에 처해지는 게 드물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동물학대 혐의자는 4221명으로, 이 중 구속기소된 사람은 4명에 그쳤다. 대다수 사건은 불기소(46.6%), 약식명령(32.5%) 처분을 받았다. 정식재판으로 이어진 122명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벌금형(56.9%)을 받았으며, 실형은 19명에 불과했다.

▼4년 전, 진돗개를 학대한 피고인에게 검사가 내린 벌금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이 떠오른다. 당시 판사는 판결문에서 “동물 역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면서 “반려동물을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포함시킨다고 가정하면, (학대는) 가장 지위가 낮은 존재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 학대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체 존중이라는 관점과 연결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삼 이 판결을 반추하는 건 생명경시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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