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찾은 흥남철수작전 마지막 생존 선원 “피란민 1만4000명 구조 자부심”
메러디스 빅토리호 항해사 스미스씨
7년 만에 방한, 기념공원 추도식 참여
당시 태어난 ‘김치 1·5’씨와 상봉도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을 싣고 거제로 왔던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마지막 생존 선원 벌리 스미스(Burley Smith, 96세) 씨가 18일 거제를 방문했다.
부인, 지인들과 함께 크루즈 여행 중인 벌리 스미스씨는 2018년 거제를 처음 찾은 이후 7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마지막 생존 선원 벌리 스미스씨가 18일 거제시를 방문,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흥남철수작전 기념비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라루 선장과 동료 승선원들에게 헌화하고 추도했다./거제시/
벌리 스미스씨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1만 4000명의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마지막 생존 승선원이다. 당시 미군에 입대한 그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3등 항해사로 근무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철수작전 당시 군수 물자를 운송하기 위해 투입됐던 미국 화물선으로, 정원은 60명밖에 되지 않았다.
1950년 12월 23일, 이 배의 레오나드 라루 선장과 승선원들은 군수 물자를 버리고 흥남부두에 몰려든 피란민 1만 4000명을 태웠다. 흥남부두를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이틀간의 항해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날인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입항했다.
이러한 기적의 항해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출한 세계 최고 기록으로 기네스북 인증까지 받았다.
이날 거제도 흥남철수작전기념비 앞에 선 벌리 스미스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라루 선장과 동료 승선원들에게 헌화하고 추도했다.
스미스씨는 “1950년 12월 25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라며 “당시 우리가 실은 화물은 1만 4000명의 생명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당시 흥남에 도착했을 때 레오나드 라루 선장이 물건을 내리고 사람을 태우라고 했다. 사람을 태울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배 안에 있는 5개 화물창을 개조해 칸막이를 치고 15개로 분리했다. 나무 플래폼을 만들어 10~15명씩 쉴 수 있도록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스미스씨는 “피란민을 싣고 돌아오는 배에는 화장실이 부족해 13개 선실과 선창 구석구석마다 배설물이 가득할 정도로 극한의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항상 1950년 크리스마스, 흥남에서 구조된 피란민과 그들의 후손을 기억하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미스 씨는 전쟁 이후에도 미 해군에서 2년간 복무한 후 하버드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대부분의 경력을 해운업에서 보냈다.
이날 추도 행사에는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김치1(손양영, 74세)과 김치5(이경필, 74세)도 참석했다. 이들은 7년 만에 만난 스미스씨와 따뜻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거제시는 흥남철수작전이 보여준 인류애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장승포동 옛 여객선터미널 부지에 흥남철수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2026년 3월 준공 예정이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