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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레기와 애완견… 그러나 워치독-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24-06-20 19:20:05

사람들은 나쁜 행동을 하면 동물에 비유해서 욕을 하곤 한다. 특히 많은 동물 가운데 사람과 가장 친밀하고 사랑받는 개를 비하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되면서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발언했다가 정치권 공방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의 애완견 논란에 따라 언론을 개에 비유한 용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치와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 권력에 빌붙어 안락함에 빠진 랩독(Lap dog), 이미 기득권에 편입돼 권력화되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날을 세우는 일명 경비견인 가드독(Guard dog)이 있다. 마지막으로 방관자가 돼 세상일에 눈을 감고 있는 슬리핑독(Sleeping dog)이 그것이다.

▼언론인은 독특한 직업 중 하나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기자정신과 사명을 가지면서도 여느 직장인처럼 쥐꼬리 월급에 목을 매고 사는 샐러리맨이기도 하다. 항상 분쟁의 중심에 서 있고, 자신이나 가족보다 남의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3D업종이기도 하다. 모르고 선택한 직업도 아닌데 권력의 주변에 있다 보니 언론도 권력으로 착각하고 입신을 위해 악용하는 기자들이 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180개 국가 중 62위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5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국가별 총평에서 한국 언론에 대해 “전통과 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언론인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포퓰리스트적인 정치 경향이 언론인들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언론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자승자박이다. 그럼에도 현장에는 기레기와 애완견들을 휘젓고 다니는 워치독 떼들이 있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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