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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세치혀-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06-23 19:04:09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한 번 내뱉은 말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소문에 소문을 만든다. 그래서 옛말에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들은 귀는 천 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라’, ‘뱉어진 말은 용서될 뿐 잊히는 게 아니다’ 등 말의 경계와 후유증에 관련된 속담이나 문헌이 많이 전해진다.

▼옛 속담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아주 무서운 말이다. 한 치가 겨우 3.03㎝ 정도이니 불과 9㎝밖에 안 되는 세 치 혀 한마디에 사람이 죽기도 살기도 한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소한 농담 한마디가 그 사람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면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상처가 되고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이 되면 몸이 곧 화살의 표적이 되므로 한마디 말이나 사소한 행동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세 치 혀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대는 세 치 혀를 돈과 원자폭탄에 이어 세계 3대 위력에 속한다고 가르쳤다. 대학이 가르친 이 ‘말하기 수업’은 세 치 혀를 잘 놀리는 법, 즉 말하는 비법을 잘 가르쳐 훌륭한 리더로 키워내려는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동물의 입을 ‘주둥이’, 사람은 ‘입’이라 부른다. 하지만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입이 주둥이가 될 수도 있고 입이 될 수도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다. 법정 스님은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생각이 야비하거나 거칠면 말 또한 야비하고 거칠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잦은 말실수로 사람들 앞에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을 당하기보다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한마디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도 하지만 가시가 되어 상대방을 찌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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