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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울산대병원 이전 논란- 박진우(부산울산 본부장)

기사입력 : 2024-06-17 19:27:40

울산 유일 상급종합병원이자 권역 책임의료기관인 울산대학교병원 도심 이전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4월 22일 ‘민선8기 조직관리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계획’ 기자회견 자리에서 울산대병원의 도심 이전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시장은 “정부안에 따라 울산대 의대 정원이 120명으로 확정된다면 울산대병원을 도심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며 “접근성이 좋은 도심지로 옮기면, 시민들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고, KTX와 연계해 인근 경북 포항과 경주, 부산 일부 수요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시장의 발언으로 울산대병원이 위치한 동구지역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김 시장 발언 다음날인 23일 동구의회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울산대병원을 이전하는 것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것이다”며 “울산의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동구 시민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통해 참여자 서명지와 함께 시에 전달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시장의 명확한 울산대병원 이전 계획 철회 입장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전 반대 운동을 전개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11일 울산대병원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는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김두겸 시장이 더 이상 ‘울산대병원 이전을 거론하지 않고 이전을 위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같이 동구에서는 반발이 엄청나지만 타 지역에서는 “대학병원 이용객들의 편의 확대, 병원 운영 효율 개선 등 측면에서 도심으로 옮기는게 낫다”, “지역 의료기관의 낙후성은 울산의 미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넓은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등의 기대감을 내비치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울산대병원은 1975년 동구 전하동에 현대조선 부속병원인 해성병원으로 개원했으며 1997년에 울산대병원으로 전환됐다.

울산 동북쪽에 위치한 탓에 접근성이 떨어져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거 정치권에서 여러 번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구체적 논의로 발전되지는 않았다.

많은 울산 시민들이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분야가 의료분야로 알려져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상급 의료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중증, 회소질환 등으로 인해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울산대병원을 찾아오게 되어 있다. 아니면 인근 부산의 상급종합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결과적으로 김 시장의 이번 발언이 지역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셈인데, 이후 두 달 가까이 찬반 여론만 과열된 채 시와 울산대병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계 전반에 ‘총파업’ 전운이 감돌며 ‘진짜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에 시민들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김 시장이 울산대병원 이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타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과거처럼 흐지부지될 수도 있으니 더 이상 여론만 살피지 말고 여러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박진우(부산울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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