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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24) 큰오색딱따구리

안전한 집 마련 ‘드리밍’… 오늘도 열심히 ‘드러밍’

기사입력 : 2024-05-30 21:01:00

초당 18~22회 경이로운 속도로 나무를 쪼아 둥지 건축
충격 흡수하는 신체적 구조 덕분에 뇌진탕 걱정 없어


창원 봉림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사찰 숲에 “따르르 따르르” 목탁 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아침 불공을 드리며 목탁을 치는 것처럼 산속에 울려 퍼진다. 이 목탁 소리를 따라가 보니, 딱따구리가 둥지를 건축하는 소리였다.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은 큰오색딱따구리다.

사찰로 가는 길목의, 앞쪽으로 살짝 기운 참나무에 딱따구리가 둥지를 건축 중이다. 녀석은 지혜롭게도 비가 둥지에 들어 가지 않게 앞으로 기운 참나무를 선택했다.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주고 있는 어미 큰오색딱따구리.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주고 있는 어미 큰오색딱따구리.

둥지를 파면서 나온 나무 부스러기는 바람에 날려 보낸다. 나무 부스러기가 둥지 밑에 떨어져 있으면 둥지 위치가 발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큰오색딱따구리는 몸길이가 28㎝이며, 수컷은 머리 꼭대기가 붉은색이다. 배의 윗부분은 흰색이며, 가슴과 옆구리는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있다. 등은 검고 흰색의 가로줄무늬가 있으며, 부리는 크고 튼튼해 둥지를 파는 데 적합하다. 부리에서 이어지는 검은색 뺨 선이 뒷머리와 가슴까지 이어지고, 암컷의 머리 꼭대기는 검은색이다.

수컷 큰오색딱따구리가 참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
수컷 큰오색딱따구리가 참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
새끼가 먹이를 가지고 올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
새끼가 먹이를 가지고 올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

녀석이 둥지를 건축할 때 부리를 초당 18~22번의 놀라운 속도로 두드린다. 이때 딱따구리 뇌는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뇌진탕에 걸리지 않는 비밀이 있다. 첫 번째는 단단하지만 탄성 있는 부리, 두 번째는 스펀지 구조의 두개골, 세 번째는 두개골과 뇌 사이의 진동을 차단하는 액체층, 네 번째는 진동을 감속시키는 혀의 설골층이 있기 때문이다.

딱따구리는 둥지 건축이 끝나면 3~5개의 알을 낳고 15일 동안 품는다. 알이 부화하면 새끼는 27~28일 동안 어미의 보살핌 이후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20~30분 간격으로 잡아 오고, 새끼의 배설물 처리는 대부분 암컷이 하지만 가끔 수컷이 하기도 한다.

먹이를 물고 새끼가 있는 둥지로 돌아온 수컷.
먹이를 물고 새끼가 있는 둥지로 돌아온 수컷.
새끼의 배설물을 둥지에서 멀리 내다 버리는 암컷.
새끼의 배설물을 둥지에서 멀리 내다 버리는 암컷.

딱따구리 둥지는 천적의 습격 시 방어가 가능한 최고의 보금자리다. 완전히 폐쇄된 둥지의 치명적인 약점은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미는 새끼의 배설물을 부리로 물고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다 버린다. 그 이유는 새끼들의 청결과 천적의 표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다 자란 새끼는 먹이 경쟁을 펼치며 머리를 둥지 밖으로 내밀고 어미를 기다린다. 곧 둥지를 떠나면 이 녀석도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숲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것이다. 내년 봄 이 숲에서 큰오색딱따구리 둥지를 짓는 드러밍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우리 숲이 건강해야 가능할 것이다.

최종수(생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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