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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습격한 찜통 더위에 또다시 드리운 녹조

[르포] 낙동강 창녕함안보 일대 가보니

기사입력 : 2024-06-18 20:47:08

짙은 녹조와 퀴퀴한 냄새 뒤덮여
유입 막기 위해 물 순환 장치 가동

남조류 개체 수 ‘관심’ 단계 근접
내일 올해 첫 ‘조류경보’ 여부 결정

수온 등 영향… 예년보다 발생 지연
낙동강청 대응 논의·시군 특별점검


낙동강 본류를 따라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조류경보가 발령되진 않았지만 올여름 유례 없는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녹조대란이 재현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8일 오전 10시께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 창원시 본포취수장 인근. 지난해 같은 시기 발견된 녹색띠가 둥둥 떠다니진 않았지만, 수면이 녹조로 뒤덮여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본포교 아래에는 수류분사장치가 쉼 없이 물을 내뿜고 수차로 물을 순환시키는 수면포기 5대 중 4대가 가동돼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본포취수장 안으로 녹조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같은 날 찾은 본포취수장에서 7km가량 떨어진 밀양시 하남읍 수산대교도 마찬가지. 녹색으로 물든 수변으로 다가가니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에서는 지난 14일 낙동강네트워크 등 도내 환경단체의 현장 모니터링 당시 녹조 알갱이가 관찰됐다.

18일 창원시 의창구 본포취수장 취수구 일대 낙동강이 연둣빛으로 변한 가운데 녹조 유입을 막기 위한 녹조저감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김승권 기자/
18일 창원시 의창구 본포취수장 취수구 일대 낙동강이 연둣빛으로 변한 가운데 녹조 유입을 막기 위한 녹조저감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김승권 기자/

◇ 조류경보 ‘관심’ 단계 근접= 낙동강 하류 구간에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 개체 수가 조류경보 기준치(㎖당 1000개) 이상 검출되고 있다. 조류경보 발령 기준(2회 연속)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연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녹조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청의 ‘낙동강 조류경보제 운영 결과’에 따르면 최근 관측일인 10일 기준으로 칠서지점에 남조류 개체 수가 1481개(㎖당) 관측됐다. 직전 모니터링 기간인 3일 관찰된 남조류 개체 수(316개)의 5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 17일 진행한 모니터링에도 남조류 개체 수가 기준치(1000개) 이상 발견된다면 오는 20일 올해 처음으로 조류경보제가 발령될 예정이다.

조류경보제는 모니터링을 통해 2회 연속 ㎖당 남조류 개체 수가 1000개를 넘으면 ‘관심’ 단계, 1만개가 넘으면 ‘경계’ 단계로 발령된다.

물금·매리 지점은 조류경보 ‘관심’ 단계에 가까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물금·매리 지점에는 지난 3일 2304개를 기록하면서 직전(79개)보다 30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진 10일 조사에서 932개를 기록해 조류경보가 발령되진 않았다.

◇ 비교적 늦은 녹조 현상…“수온·강수량·댐 방류 영향”= 만약 오는 20일 발표될 모니터링 결과, 남조류 세포 수가 기준치 이상 발견돼 올해 첫 조류경보가 발령되더라도 지난해보다는 12일 늦게, 최근 3년 중 가장 늦게 발령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6월 8일(칠서) 조류경보가 첫 발령됐고, 2022년에는 6월 2일(물금·매리), 2021년에는 6월 10일(물금·매리)에 각각 첫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는 밤낮으로 기온차가 크고 수온도 높지 않아 예년에 비해 녹조 발생이 조금 지연된 것 같다”며 “강수량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 현상은 수온 상승과 오염물질의 유입, 일사량, 물의 정체 등의 영향을 받는다. 올해 1월부터 6월 17일까지 경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612.8㎜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1.8㎜, 평년 472.19㎜보다 많았다. 수온도 두 지점 모두 한 달 전에 비해 4℃ 이상 상승했다. 물금·매리 지점은 5월 13일 20℃에서 6월 10일 24℃로, 칠서 지점은 같은 기간 19.4℃에서 24.2℃로 올랐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낙동강 주요 댐 방류량 증가의 영향으로 남조류 개체 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예년 대비 많은 강수가 내렸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댐에 예년보다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댐에 확보된 물을 조류 저감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증가 방류 계획을 수립 했고,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5~6월에 지속적으로 증량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유역 총 10개 다목적 댐에서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공급한 총량은 11.9억t으로, 기본공급량 6.07억t 대비 2배 수준이다. 주요 댐 별로는 안동댐 165%, 합천댐 296%, 남강댐 302% 수준으로 증량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낙동강청, 관계기관 협력방안 논의= 낙동강청은 매년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오는 19일 낙동강수질관리협의회를 개최하고, 녹조 발생 현황과 전망을 분석해 기관별 대응 계획을 공유하는 등 녹조 발생 시 관계기관 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에 대형 녹조제거선 7대를 배치하고, 한국환경공단은 수질자동측정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에서는 먹는 물 안전을 위한 취·정수장 관리 강화, 개인오수처리시설 등 오염원 배출시설 특별 점검을 할 계획이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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