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미약한 여성 상대 강력범죄… “검찰 엄벌 의지 보여야”
거제 교제 살인·진주 편의점 폭행
살인죄 공소장 변경 요구 묵묵부답
가해자 증명 부족 심신미약 감경
유족·여성단체 “답답한 심정” 토로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등 도내에서 발생한 잇따른 여성 상대 강력범죄들에 대해 검찰에서 엄벌 의지가 미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유족이 검찰에 피고인의 혐의를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바꿔 엄벌을 내려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17일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피해자 어머니가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에 공소장을 변경해 엄벌에 처하도록 해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거제시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한 뒤 전 여자친구의 머리와 얼굴 등을 30분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A(20대)씨가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판결에 대해 당사자와 검찰이 불복해 각 항소하면서 창원지법에서 오는 4월 2일 항소심 3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20대 피해 여성은 폭행을 당한 뒤 입원 치료를 받다 열흘 만에 숨졌는데, 폭행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사인(死因)이 밝혀졌다.
유족과 도내 여성단체는 A씨가 피해 여성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장시간 폭행한 점 등에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사람을 살해했다는 살인죄로 기소된 것은 아니다”며 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창원지검을 찾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당시 도내 잇따른 여성 상대 범죄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과 달리 검찰이 가해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혐의를 적용하면서, 피해자 측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피해자 어머니는 “답답한 심정이다. 검찰에 왜 공소장 변경이 안 되는지 물어보아도 대검찰청과 협의가 된 사안이라고 자신이 변경을 못 해준다는 말만 들었다”며 “검찰에 공소장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서를 내고 면담을 신청하고 있지만 만나주지도 않는다. 이는 검사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하는데, 공소장을 변경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진주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을 ‘페미니스트’라며 폭행한 20대 B씨는 징역 3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3년형이 선고되자 B씨와 검찰이 각 양형부당으로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B씨는 지난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B씨는 2023년 11월 편의점에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2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마구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을 폭행해 각각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2심 재판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경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검찰은 B씨가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을 기반으로 범죄를 저질러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가지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정재흔 경남여성회 사무국장은 “거제 사건 피해 유족은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검찰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도 여성을 노려 강력 범죄를 저질렀는데, 심신미약으로 감경을 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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