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식량 대신 주문 좀”… 신종 사기에 자영업자 ‘눈물’
최근 하동서 군부대 사칭 피해 접수
대리구매 유도… 2명 1680만원 입금
허위 명함·위조 공문서 등 주의해야
최근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군인 관계자를 사칭하며 빵이나 떡 등을 대량 주문하고, 대리 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하동에서 인근 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해 상인들에게 음식과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한 뒤 전투 식량을 대신 구매해 달라면서 사칭범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 두 자영업자가 각 960만원과 720만원 상당 사기 피해를 당한 일이 발생했다. 사칭범은 실제 부대원들이 이용할 만한 가게들에 접근했으며, 신뢰를 얻기 위해 위조 공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군 관계자 사칭범이 보낸 문서./독자 제공/
피해 자영업자들은 “주문한 것을 찾을 때 대리 구매를 부탁한 것까지 한꺼번에 결제하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이같이 허위로 대량·단체 주문을 한 뒤 식량 등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사기 범죄 피해 신고를 300건 넘게 접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강원도 등지에서 이른바 ‘군인 사칭 사기 사건’으로 알려진 범죄가 유행하면서 강원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한 뒤, 전국 피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토록 했다. 하동에서 발생한 사건도 강원청에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 부산·울산 등지로도 유사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전국에 신고가 접수된 건은 315건, 피해액은 3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에 거주하는 30대 강모씨는 “타지에 계신 어머니가 일하는 곳에서 늦은 시간에 대량 주문을 받아 음식을 준비했다”며 “30만원 상당 음식을 다 준비해 놨는데, 알고 보니 대리 구매를 요구하며 돈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불경기에 주문 취소를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근 알려진 피해 사례 중에는 제주도에서 한 빵집 주인이 “군 부대원들이 먹을 거다”라며 녹차크림빵 100개를 주문받았는데, 빵을 주문한 남성은 실제 빵을 찾으러 오지 않으면서 군부대 식자재 납품업체 명함을 보내, 빵을 미끼로 자신 대신 전투식량 60박스를 주문해 달라고 입금을 요구했다. 범행을 의심한 해당 빵집 주인은 주문에 따른 ‘노쇼’로 1차 피해를 입었지만, 추가 피해는 보지 않았다.
부산에서도 지역 군부대 군인을 사칭한 남성이 소상공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대에 물품을 납품해 달라고 환심을 산 뒤, “전투식량 업체에 대금을 주는 것을 깜박했다”며 대신 지급을 요구해 수천만원을 가로채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범인도 허위 공무원증도 보내주고 전투식량 사진을 전송해주는 등의 수법을 썼다.
범죄 수법은 단체 주문으로 신뢰를 쌓은 뒤 대리 구매를 유도해 그 대금을 범행 계좌로 가로채는 식이다. 피해자들이 대리 구매 범행을 의심할 경우 “따로 주문할 시간이 없다”거나 “영수증 처리가 어렵다”, “현장에 가야 결제가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속였다. 허위 명함이나 군부대 마크가 찍힌 공문서 등도 보내는 등 치밀한 수법을 동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량 주문 접수 시 선결제 및 예약금을 받거나 공식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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