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문화공연의 힘, ‘뮤지컬 제페토 할아버지’- 정현미(경남여성가족재단 사무처장)

기사입력 : 2024-06-17 19:27:39

아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이었다. 일상적인 체험학습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클래식 공연을 검색해보았다. 마침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상연 중이었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찾았다. 아이들의 나이를 감안해 앞에서 두 번째 좌석을 예매했다.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무용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푸에테(발레의 턴 기술)가 10회전, 20회전 반복될수록 신기함은 사라졌고, 경쾌함과 웅장함을 갖춘 클래식 연주도 아이들에게는 지루함의 반복이었다. 결국 공연장 매너를 지키기 위해 1막 공연 후 객석을 빠져나왔다.

그 후로 아들은 줄곧 태권도장을 다녔다. 고학년이 된 후로는 축구교실에 가입했다. 그래도 아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꾸준히 공연장을 찾았다. 아들이 아빠의 남성성에 호기심을 가질 때는 ‘국립발레단의 해적’ 공연을 관람했다. 발레리노에게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역동적인 동작은 아들을 금세 매료시켰다. 그 후로도 공연장을 계속 찾았고, 그렇게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갔다.

사실 아들에게 공연장의 극예술을 노출시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 때문이었다. 아들은 출연배우와 연주, 무대소품 등 공연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오감으로 흡수하며 상상력을 키워 갔다.

얼마 전 재단이 어린이 뮤지컬인 ‘제페토 할아버지’ 공연을 마련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기어다니는 어린아이부터 피노키오와 함께 슬퍼하는 일곱 살 아이까지,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펼칠 무한한 상상력을 알기에 공연 내내 마음이 흡족했었다. 더욱이 주말 공연에 300명이 넘는 가족들이 재단을 방문해주었다.

문화공연의 힘은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성과가 아닌, 아이들의 성장 과정 내내 영향을 끼치는 무형적 요소에 가깝다. 그 가치를 알기에 재단은 앞으로도 문화공연을 더 자주,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선보이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재단의 공연이 작은 힘이 되길 바라 본다.

정현미(경남여성가족재단 사무처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