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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 겪는 소녀상… “공공조형물 지정이 해법”

도내 7곳 모두 지정·관리 안돼

잇단 수난에도 처벌 근거 없어

시민단체 “지자체가 관리해야”

기사입력 : 2017-07-27 22:00:00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 모금으로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이 잇달아 수난을 겪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지자체가 나서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3월 기준 모두 73개로 알려졌다. 경남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거리, 거제시 거제문화예술회관, 통영시 남망산공원,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 남해 숙이공원, 산청 간디학교, 김해시 김해서울이비인후과의원 등 모두 7곳에 세워졌다.

여기에 김해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인제대학교 ‘여우비’ 동아리 학생들이 시민 성금 등으로 각각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창원 명곡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학내에 ‘작은 소녀상’을 건립했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은 요원한 상황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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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수난으로 공공조형물 지정이 요구되고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의 인권자주평화 다짐비./김승권 기자/



건립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미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체계적 관리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과 27일 마산 오동동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 소녀상 발목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워 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앞서 2015년 8월에는 제막식을 앞두고 50대 남성이 이곳에 대변을 본 사실이 퍼져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부산 동구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도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지고, 쓰레기가 상습적으로 버려지는 등 몸살을 앓았다. 지난 3월 대전에서는 10대 청소년이 소녀상에 일장기와 욱일기를 꽂는 일이 벌어져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평화의 소녀상이 공공조형물이 아닌 까닭에 단속을 하거나 고의적 훼손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근거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관리토록 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답을 찾고 있다. 강원 원주시는 지난 2015년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했고, 충북 제천시도 지난 3월 공유재산 심의회를 열어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제천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27일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훼손을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며 “향후 소녀상 유지·보수를 위한 재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 안양시, 강원 춘천시, 제주시 등이 공공조형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30일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돼 소녀상이 지자체 관리를 받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경남지역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관리하거나 조례를 제정한 경우는 없다.

김영만 인권자주평화다짐비지키기 시민모임 대표는 “시민 모두의 정신적 자산인 평화의 소녀상에 앞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공공조형물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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