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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시재생 건축물 재활용에 길을 묻다 (5)

(5) 프랑스 오르세·프롬나드 플랑테

기사입력 : 2017-12-17 22:00:00

프랑스 파리 도심은 1960년대부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외곽으로 이전하는 시설이 늘면서 도심은 곳곳에 빈 건축물이 방치됐고 한때 신축개발도 활발했다. 70년대에는 새롭게 도시를 건설하자는 재개발 주장도 일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기존 시설을 부서버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재개발로 인한 파리는 파리의 본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리를 사랑한 파리지앵(파리시민)은 도시재생을 택했다. 폐건축물 활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는 프랑스 국가 차원의 도시재생 사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오르세 미술관

역 폐쇄 후 철거 위기 몰려
과거 건축물 원형·일부 활용
세계적 미술관으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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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차역의 모습이 남아있는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내부.



◆기차역을 세계적 미술관으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파리의 주요 미술관이다. 밀레의 ‘이삭 줍기’, 모네의 ‘풀밭 위의 오찬’, 마네의 ‘피리 부는 사나이’, 반 고흐의 자화상,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 봐 왔던 유명 작품들이 즐비하다.

1848~1914년까지 프랑스가 세계미술의 중심으로 호황을 누릴 무렵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미술작품의 전시공간인 오르세는 건축물 또한 수려한 역사를 담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 건물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오를레앙 철도회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건설한 철도역 겸 호텔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천장과 외벽, 플랫폼 등 당시 기차역으로 쓰이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939년까지 오르세역은 파리와 프랑스 남동쪽을 연결하는 주요 역이었다. 하지만 1939년 장거리 열차의 운행이 중지됐고 역 폐쇄 이후 호텔 등으로 활용됐다. 1973년에는 호텔마저 영업을 종료했고 철거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철거 반대여론이 일었고 1977년 프랑스 정부는 19세기 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듬해 오르세역은 역사 유적지로 지정됐고 1986년에 오르세 미술관으로 정식 개관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건축물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원형, 또는 그 일부를 디자인 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한 건축물 재생의 선구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 해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오르세미술관은 파리를 넘어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프롬나드 플랑테

20년 이상 방치된 고가 철도
상부는 산책로 정원 탈바꿈
하부는 예술가 등 작업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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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의 고가 철길이었던 프롬나드 플랑테 하부에 갤러리와 공예공방 등이 입점해 있다.



◆버려진 철길을 시민들 품으로= 파리의 도심 공원인 프롬나드 플랑테는 4.7㎞ 길이의 선형 공원이다. 공원이 길다란 선형인 이유는 철길 위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1859년부터 1969년까지 바스티유 역에서 뱅센을 거쳐 생 마우르역을 연결하는 고가 철도였다. 노선 이용이 중단된 후 방치되다가 1993년 가로수를 심은 도심속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약 2㎞ 고가 철길이 바스티유 12구 남동쪽 숲까지 연결돼 있는 구조다. 철도가 고가형태이다 보니 상부는 철도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산책로 및 정원으로 쓰고 하부 아래 아치 모양 공간은 예술가들과 수공업자들이 들어와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가 철길 아래에는 아트 갤러리, 가구전시장, 공예공방,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기존의 철도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했고 하부는 예술가들과 수공업자들의 작업공간으로 활용해 전혀 다른 개념의 두 공간이 한 공간 내에 존재하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샹카르트

폐쇄된 장례식장 리모델링
예술가들의 창작 연습 공간
시민에게도 열린 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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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카트르에 전시된 설치작품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장례식장이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파리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샹카트르는 과거 시립 장례식장이었다. 1873~1997년까지 120여년 동안 관, 비석 등 용품을 제작하기도 하며 장례식 업무를 봤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예술가들의 창작 연습 공간이자 시민들의 문화공간이다. 1998년 폐쇄되면서 수년간 방치되다가 파리시의 추진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2008년 공유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했다. 7년에 걸친 리노베이션에 1억200만 유로가 투입됐고, 연면적 3만6800㎡인 이곳은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는 예술센터로 복합문화예술공간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마구간으로 쓰였던 장소를 무료로 개방해 작가들의 작업 거주공간으로 연극, 무용, 춤 연습실 등을 제공한다. 소극장, 중극장, 야외공연장 등이 있으며 매일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창업자들의 스타트 업을 지원하기도 하며 카페, 서점, 중고품 가게 등 일부 상업시설도 들어와 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의 특징은 시민들에게 열려있다는 것이다. 입구부터 큰 홀이 개방돼 있어 주말마다 태극권, 요가, 전시장 등으로 쓰이며 토요일에는 유기물 농산물장이 열려 주민들이 장을 보기도 한다. 이곳의 연간 예산은 약 1400만 유로로 이 중 70%는 파리시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공연과 전시 등 유료 입장수입과 입주기업, 개인 후원 등으로 채워진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80%가 지역 작가들이다. 예술가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샹카트르는 지역주민이 창작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함께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샹카트르 디렉터인 조재 마뉴엘 곤잘레스씨는 “이곳은 과거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샹카트르가 조성된 후 지역 일대 예술가들을 불러모으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작가협회도 활성화됐다”며 “이곳의 연극과 공연은 파리 전체에서 보러 온다. 젊은 창업자들의 활용도도 높아지는 등 지역에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공감대 중요
지역 정체성·주민 정서 반영해야”

인터뷰/ 크리스티앙 블랑코 APUR 디렉터

APUR(Atelier Parisien D’Urbanisme·파리도시계획연구소)는 1967년 파리시의회에서 설립한 독립된 도시계획 연구기관이다. 파리시의 지원을 받지만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때문에 시장이 바뀐다거나 시 정책이 변하더라도 도시계획만큼은 APUR의 일관성을 침해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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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UR의 도시계획 연구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크리스티앙씨는 “도시재생의 성공은 그 지역의 구성원인 시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1960~70년대 파리에는 사용되지 않는 공공기관 등 버려진 건축물들이 많아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행위도 많았다”라며 “오래된 역사와 창고 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일었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건축물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졌고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크리스티앙씨는 “그 무렵 APUR이 설립됐고 프로젝트 공모를 많이 했다”며 “기존 시설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국제적인 공모 프로젝트도 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앙씨가 말한 건축물 재활용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다. 그는 “증축이나 개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으로 누가 활용할 것인지에 중점을 둬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갔다”며 “그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정서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정서를 담는 작업이다. 그는 “거주하는 시민들은 옛 공공 건축물과 굉장히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다. 특히 ‘파리지앵’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다. 돈이 더 들더라도 도시재생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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