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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10) 하동 탑리 삼층석탑

묻지 마라, 내 서러운 풍찬노숙의 세월

기사입력 : 2019-09-02 20:45:28

묻지 마라 내 설운 풍찬 노숙의 세월

탑신은 탑신대로 기단은 기단대로

고단한 장꾼의 역마살은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 내 선 곳은 한 평 땅과 옹색한 하늘

그래도 난 알고 있다 부산했던 섬진나루

화개골 그 흥망의 사연을 누가 있어 들려주랴

화개장터가 있는 곳은 화개면 탑리이다. 탑리라 부른 것은 통일신라 말 혹은 고려 초기 때부터 있던 삼층석탑 때문이리라.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봉상사라는 절터였는데, 절은 사라지고 탑 부재들 또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68년에 형체를 복원하여 현재의 자리에 세웠다.

연유야 어쨌든 간에 석탑이 선 자리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왼편은 그나마 약간의 여백이 있으나 오른편은 벽 가까이 서 있어 측면 사진 한 장도 찍을 수도 없게 세워져 있다. 비록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못했다 하나 그래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0호인데 이런 곳에 서 있다니,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보고 나니 심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 보면 하동에서 이 탑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유물이 얼마나 될까. 가뜩이나 완전한 복원이 아닌데 자리만큼은 번듯한 곳으로 옮겨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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