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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⑥ 점점 낮아지는 마약사범 연령대

‘마약성 의약품’ 병력 확인·특정 연령대 처방금지 시급

기사입력 : 2022-05-30 22:11:07

지난해 19세 이하 450명으로 급증

도내에선 100명으로 늘어 파장

거짓 통증 호소해 병·의원서 처방

SNS·포털사이트 등서 쉽게 접해

공원·학교·상가 화장실 등서 투약

학교서 예방교육·제도 개선 필요


지난해 경남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불법 투약·유통한 10대 청소년들 5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경남과 부산지역 고등학생을 비롯해 학교밖 청소년들도 있었다. 마약 투약 장소가 공원과 상가 화장실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내 파장이 컸다.

도내 10대 마약 사범은 2021년 한해 무려 100명이 검거됐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 깊숙이 마약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마약 범죄 검거 건수 현황은 △2019년 549건(620명) △2020년 509건(697명) △2021년 333건(439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3월까지 46건(65명)이다.

검거 건수는 매년 감소 추세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도내 10대 마약 사범은 2019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9명, 2021년에는 100명으로 폭증했다. 20·30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대는 2019년에 95명에서 2020년 134명으로 증가했다가 2021년 다시 70명으로 줄었다. 30대는 2019년 119명에서 2020년 152명까지 올랐다가 2021년 55명으로 줄었다.


지난 6일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 사범은 2021년 450명으로 2020년 313명 대비 43.8% 증가했고, 4년 전보다 278.2% 급증했다. 이는 스마트폰 보편화로 청소년들이 SNS,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쉽게 접하고 호기심에 마약류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남경찰청에서 2019~2021년 3년간 검거한 마약 사범은 1821명(338명 구속)에 이른다. 올해 3월까지 마약 사범으로 검거한 인원은 65명(15명 구속)이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5월 경찰이 부산·경남지역 소재 병·의원·약국 등에서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 이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피의자 A(19) 군 등 2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10대 피의자 56명을 검거했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관계자는 “한 의원에서 최대 9번까지 처방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들은 경남·부산 지역 청소년들은 병·의원을 찾아가 ‘곧 수술할 예정이다’, ‘허리가 아파서 참기 힘들다’ 등 통증을 호소하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말해 실제 처방받기도 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남에선 해외에서 국내로 필로폰 등 수십억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하는 등 신종 마약류를 유통한 거대 마약 조직이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범죄가 저연령화되는 추세를 보여 마약퇴치운동본부와 연계해 학교로 찾아가는 마약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본인 여부와 과거 병력 확인 의무화, 특정 연령대 처방 금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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