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경남 관통] 창원 피해현장 곳곳 ‘아수라장’

솟구친 맨홀뚜껑 버스 덮치고 ‘흙탕물 폭포’에 토사 와르르

기사입력 : 2023-08-10 20:12:34

대방동서 60대 급류 휩쓸려 구조
내동 아파트·상가 일대 침수 피해
성산구 공사장 토사 유치원 유입
세찬 비바람에 도심 간판도 추락
쌀재터널 인근 산사태로 도로 통제
맨홀뚜껑이 시내버스 바닥 뚫기도


“태풍이 몰고 온 비가 얼마나 셌으면 방지턱이 다 뜯겨나갔겠습니까? 저기 주민은 내리막 도로에서 거의 뒹굴며 100m 가까이 떠내려가다가 구조됐다니까요.”

10일 태풍 ‘카눈’이 관통한 창원 시내는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10일 오전 10시 4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감천리 인근 도로에 토사가 유출돼 관계당국이 수습 작업 중이다./독자 제공/
10일 오전 10시 4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감천리 인근 도로에 토사가 유출돼 관계당국이 수습 작업 중이다./독자 제공/

◇대방동·내동 흙탕물 사태=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대암고 삼거리 인근. 주변 아파트의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 상가 상인 등이 새벽부터 나와 아파트 단지와 주변 도로, 상가 내외부에 범벅이 된 흙탕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전 9시께 성산스포츠센터삼거리 방향 내리막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마침 인근 에 배치돼 있던 경찰관들이 휩쓸린 여성을 발견한 뒤 뛰어들어 함께 100m를 떠내려간 뒤에야 구조했다. 구조된 여성의 옷은 군데군데 닳아 찢어지고, 등과 다리 등에 찰과상을 입어 119를 통해 응급조치를 받은 뒤 귀가했다. 구조에 나섰던 경찰관도 손가락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인근 대암산 쪽 경사가 높은 곳에서 내리막 도로로 흙탕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파트 경비원은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저 위 공사 현장에서 흙탕물이 떠밀려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급류는 내리막 도로를 따라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상가를 덮쳤다. 편의점, 미용실 등 상가 내부로 흙탕물이 흥건해 상인들이 바가지 등으로 퍼내기 바빴다. 소방당국이 2t가량을 배수 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네가 흙탕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컸던 이유로 인근 공사 현장에서 떠내려온 흙탕물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아내의 가게가 침수 피해를 겪은 옥길한(73)씨는 “공사 현장을 고발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누가 책임을 져줄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0일 오전 11시 52분께 성산구 내동 동성샛별타운상가 일대 도로에 물이 불어나 주차된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독자 제공/
10일 오전 11시 52분께 성산구 내동 동성샛별타운상가 일대 도로에 물이 불어나 주차된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독자 제공/

중앙동 창원병원 앞을 비롯해 창원대로를 따라 근처 내동의 아파트 단지나 상가 일대도 침수 피해가 컸다. 오전 11시께 창원병원 앞 창원대로 편도 4차선 도로 역시 인근 대상공원 아파트 공사 현장 등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소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주변 도로는 배수 및 토사 정리 작업으로 통제돼 4차선 중 1개 차선만 통행이 가능했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내동 아파트 단지 일대로는 침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게마다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빗자루와 바가지 등으로 직접 물을 퍼냈다. 김모(50)씨는 “어젯밤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았는데도 침수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4년째 방앗간을 운영했다는 제모(70)씨는 “지하 입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수십년을 장사를 해오며 오늘까지 침수를 겪은 것만 7번째다. 오늘도 혹시 몰라 아침 7시에 나와 확인해 봤더니 이미 물이 차 있었다”며 “예약 주문도 모두 취소해야 할 상황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사 현장 토사 유치원도 덮쳐= 성산구 중앙동 창원숲유치원과 의창구 사림동 봉림중학교, 진해구 자은동 자은초등학교에서 시설 피해도 있었다. 이 가운데 창원숲유치원의 경우 오전 7시 30분께 인근 공사장의 토사가 흘러내려 주차장과 보도를 덮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건물에선 일부 누수도 발견됐다. 유치원에는 애초 20명 정도 오려고 했지만 시설 피해 소식으로 인해 실내에는 7명만 긴급돌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전 8시께 봉림중에서 3~4층 건물 누수가 있어 전기를 차단했으며, 8시 40분께 자은초는 인근 산에서 다량의 흙탕물이 유입되면서 운동장이 침수돼 배수 작업이 펼쳐졌다. 각 학교에선 원격수업을 진행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0일 오전 8시께 마산회원구 광려천에서 고립된 여성이 구조되고 있다./창원소방본부/
10일 오전 8시께 마산회원구 광려천에서 고립된 여성이 구조되고 있다./창원소방본부/

◇도심 아찔한 사고 및 구조 사례 속출= 창원 시내 번화가에선 세찬 비바람에 간판이 떨어지는 등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4분께 성산구 용호동 한 빌딩 3층에 있던 간판이 도로변으로 떨어졌다. 최초 신고자인 인근 편의점 주인은 “태풍이 경남에 상륙했다는 뉴스가 나올 무렵 간판이 도로에 떨어졌다”며 “만약 사람이나 차가 지나갔으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떨어질 때 편의점에 앉아 있었는데 정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오전 8시 3분께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광려천에서 70대 추정 여성이 산책을 나갔다가 고립돼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오전 8시 31분께 마산회원구 봉암동에서 주택이 침수돼 60대 여성이 구조되기도 했다.

◇시내버스 뚫은 맨홀 뚜껑= 폭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내버스도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8시 5분께 의창구 대원동 한 아파트 주변을 운행하다 정차해 있던 101번 시내버스 밑바닥 중앙 부분으로 바닥을 뚫고 맨홀 뚜껑이 내부로 들어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기사와 승객 여러 명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 오전 7시 10분께는 진해구 경화역 주변을 달리던 301번 시내버스의 타이어가 맨홀 뚜껑에 의해 구멍이 생기는 사고도 있었다. 시는 사고가 난 버스의 승객들은 다른 버스에 태워 대처했다.

10일 오전 의창구 대원동에서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에 맨홀 뚜껑이 들어온 모습./독자 제공/
10일 오전 의창구 대원동에서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에 맨홀 뚜껑이 들어온 모습./독자 제공/

오전 9시 33분께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한때 양방향 차량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후까지 내서에서 쌀재터널로 가는 일부 노선들의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침수 우려가 컸던 창원지역 지하차도 20곳은 오전 7시까지 밤새 전면 통제됐다. 이후로 침수 우려 피해가 큰 지하차도는 일부 통제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산동지하차도는 오전 11시 50분께 마산회원구 안전건설과 도로보수원 2명이 출입 통제 드럼통을 치운 뒤에야 통행이 재개됐다. 이수영 마산회원구 도로보수원은 “전날 밤부터 대기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큰 피해가 없이 무사히 지나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경·박준혁·김영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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