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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사협회, 의대 증원 첫 회의 10분만에 파행

의대 정원 수요조사 발표 후폭풍

의협 “수요조사 핵폭탄·파업 논의”

당정 “혁신적인 개혁 필요한 시점”

기사입력 : 2023-11-23 20:09:45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전국 의대 정원 수요조사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핵폭탄이라고 비유했고 22일 열린 정부 측과 의협의 협상 테이블에은 10분만에 파행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졸속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고, 정부·여당은 의료계의 총파업 예고 등에 우려를 표하며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정부 발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정부 발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4시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 작심한 듯 먼저 입을 열어 “(정부에서) 핵폭탄을 날리셔서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수·지역의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는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고양이(대학)한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양 단장은 또 “정부에서 논리적이지도 않고 비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여론몰이다. 시장에서 물건 흥정하듯 하지 말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 어떤 게 가장 올바른 방향인지 숫자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학교에서 교육이 가능해야 하니까 진행한 기초 수준의 조사였다”며 “세부적으로 학교별 교직, 교원의 수, 수련받는 병원의 역량까지 조사했는데, 이를 고려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정 정책관은 이어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막 의대정원 증원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벌써 의료계에서는 총파업과 강경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병원의 인력이 부족하고, 수억원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발언이 끝나고 의협이 퇴장함으로써 사실상 회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의협은 26일 열릴 전국의사대표자 회의를 두고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계속할지, 파업 일정은 어떻게 할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날인 24일에는 여야가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와 정부-의협 회의 파행을 두고 각각 입장을 내기도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구체적인 기준과 문항의 객관성을 알 수 없는 의대정원 수요조사, 비밀스럽게 졸속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의 결과부터 무턱대고 발표해 여론몰이를 하는 보건복지부의 비상식적인 접근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느 지역 , 어느 과목에 의사가 몇 명이 더 필요한지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추계를 하고 확보한 의사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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