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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차이를 차별 없게-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기사입력 : 2024-05-02 19:30:15

오리너구리는 부리가 있는데 헤엄을 치고, 알을 낳는데 젖을 먹인다는 ‘차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리너구리를 이상하고 열등한 동물로 ‘차별’해왔다. 분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돌연변이 같은 종(種)이지만 진화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며 환경에 적응해 온 생명체이다. 자기만의 계통을 가진 오리너구리과, 오리너구리속, 오리너구리종으로 ‘동물의 다양성’ 차원에서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 인간세계는 어떤가. 인종, 성별, 나이, 외모 등 약간의 차이를 무수한 차별로 만들어 위계 구조 속에 가둬 버리기까지 한다. 사회적·태생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차이에 위계를 만들고 차별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자들로 가득한 시대도 있었다. 최근에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사회통합지수’까지 만들어 공개하는 등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유엔이 ‘인종차별이 명백히 존재하는 나라’로 규정해 사회통합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다문화’라는 표현이 편견의 단어가 됐으며 이주 노동자를 ‘2등 국민’으로 취급하며 차별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라는 위기에 다다르자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이주민들과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종은 그 안에서 개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 번에 멸종한다. 원시의 수렵사회라면 자신의 문화만 고집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만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문화를 공유하는 ‘잘파 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주도하는 시대이다. 염운옥 경희대 교수는 책 ‘인디아더존스: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에서 ‘다양성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차이’를 ‘차별’ 없이 받아들여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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