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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5)합천 ‘유성가든’과 ‘카페 모토라드 합천’

시인의 맛집서 맛있는 행복… 라이더 멋짐과 멋있는 여유

기사입력 : 2024-05-30 22:14:39

합천서 전원생활하는 문우와 미식 나들이
30여년 ‘연중무휴’ 아들 성·이름 딴 식당
매년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 손님상 올라
향어회·두릅튀김·메기매운탕·백숙도 일품

합천호 바로 아래 바이크 문화체험 카페
BMW 다양한 모델 보며 커피 한잔 여유
카운트 옆엔 빵 판매·2층은 갤러리 공간
테라스서 본 라이더들 모습에 눈·귀 호강


합천이 자랑하는 8경은 가야산과 해인사, 황매산의 사계, 합천호와 백리 벚꽃길,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 운석충돌구, 옥전고분군, 정양늪 생태공원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합천댐은 1988년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 물줄기를 막아 건설된 댐으로 주변 명산의 그림자를 담은 합천호의 풍광이 아름답다. 합천호 주변으로 붕어찜과 빙어, 메기탕 같은 특산 먹거리가 유명하고 낚시와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합천호 둘레길 벚나무 가로수는 수령이 30년 남짓해 봄에는 화려한 벚꽃으로, 여름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합천호의 배경이 된다.

합천군 대병면, 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 경계에 있는 황매산은 준령마다 굽이친 빼어난 기암괴석과 소나무와 철쭉이 병풍처럼 수를 놓아 영남의 금강산이라고 한다. 봄에는 철쭉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 물결이 환상적이다. 황매산철쭉이 만개하면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특히 운해 드리운 날은 더욱 몽환적으로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황매산 철쭉이 불타고 있다고 빨리 구경 오라는 권연홍 시인의 부름에 응답하였다.

식객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각종 봄나물로 차려진 밑반찬과 메기매운탕./옥영숙 시조시인/
식객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각종 봄나물로 차려진 밑반찬과 메기매운탕./옥영숙 시조시인/


◇전원생활인 권연홍 시인과 함께하는 합천 나들이

벚꽃으로 시작된 봄꽃의 향연이 오월로 접어들면서 철쭉축제로 절정에 이른다. 합천호 전경에 반해서 대병면에서 텃밭을 가꾸며 전원 생활인으로 살고 있는 권연홍 시인이 황매산 철쭉제에 맞춰 가까운 문우들을 초대하였다.

권연홍 시인은 조선 문학으로 등단해서 시집 ‘겨울 산에 핀 꽃’을 상재하였다. 시인과 인연은 사뭇 짧지만 깊다. 필자가 창원문인협회 편집장을 맡을 때 권연홍 시인이 편집위원으로 합류하면서 문우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철쭉제를 계기로 전 집행부 이동이 회장, 안태운 사무국장, 편집장, 편집위원의 회동이 되었다.

권 시인은 2015년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정치, 경제, 사회뉴스, 칼럼을 제공하는 경남지역 인터넷신문 경남도민뉴스에서 합천의 발전과 행복을 전달하는 합천기자로 활동하였다.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전국예술대전 행사 때마다 합천을 위한 애정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남자란’ ‘내 고향 합천’ ‘황강 아가씨’를 작사해 금영노래방에 등록된 저작권료를 받는 작사가이기도 하다.


현대는 교통이 발달하고 자가용시대라 지역 간의 이동이 용이하지만 예전에 합천은 첩첩산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인심이 후하고 정이 많아, 들어올 때 울고 왔지만 떠날 때는 떠나기 싫어 울고 가는 곳이라 한다. 합천을 위한 권연홍 작사 ‘내 고향 합천’은 “가야산 꽃구름 노을빛에 물들면/ 해인사 천년달빛 홍류동에 잠이 드는 밤/ 꽃바람 타고 온 고운님은/ 손가락 약속만 남겨 놓고 간/ 기다리는 사람아 빗물 같은 사랑아/ 함벽루 낙숫물은 어느 님의 눈물인가/ 돌아와요 돌아와요 사랑하는 내님아/ 유성별 불 밝힌 곳 내 고향 대야성으로” 1절 가사다. 합천을 제2의 고향으로 섬기며 기쁜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서 주변을 밝히는 권연홍 시인이다. 그가 합천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맛집으로 문우들을 데리고 갔다.

◇성씨와 항렬을 딴 아들의 이름으로 ‘유성가든’ 민물고기 전문식당

‘유성가든’은 민물회와 백숙으로 유명하다. 식당입구 수족관에는 민물고기 쏘가리, 메기, 향어 등이 놀고 있다. 식당 허가를 취득할 때 읍에 신고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갔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두 아들 유성옥 유성철 이름자를 따서 ‘유성가든’으로 상호를 지었다. 성씨와 항렬을 따온 책임감으로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는 ‘유성가든’ 주인은 송술임 여사다.


송술임 여사는 부지런하기로 대병면을 넘어 읍까지 알려졌다. 3월 27일부터 시작되는 먼 산 봄빛은 계곡마다 초록빛 선율이 웅얼거리는 소리로 송 여사는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매년 나물을 채취하러 높은 산을 오르는 그날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의 나물이 향이 짙고 부드러워 깊은 맛을 내는 까닭이다.

매번 산에 오를 때는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소리 내어 존재감을 알린다. 때때로 산짐승을 만나 곤란한 일도 많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인이다. 식당에서 잔밥을 모아 산짐승들의 식량으로 배낭에 담아간다. 산에서 만나는 노루나 고라니, 산돼지보다 제일 무서운 짐승은 검은 염소로 물러날 줄을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 가축하던 염소가 탈출해 산에 살면서 야생의 기질이 되살아나 눈빛이 무섭다고 한다. 보통 산에 오르면 40kg 남짓한 나물을 채취한다. 손님들 밥상에 1년 내내 오를 사용량의 나물을 저장하고도 남는다. 산에서 채취한 둥글레와 망개뿌리(청미래덩굴)를 달인 차를 상시 손님들 위해 준비해두고 있다.

두릅튀김
두릅튀김

우리가 방문한 날은 미리 주문한 향어회와 제철음식으로 두릅튀김이 눈과 입을 호강시켜 주었다. 향어는 이스라엘 잉어라는 명칭으로 시판되었는데 그 이름이 번거로워 부르기 좋은 우리말로 향어라고 명명되었다. 민물회는 기생충에 대한 염려로 호불호가 있지만 송어와 향어는 1급수에서 살고 횟집에서 사용하는 민물회는 모두 양식이기 때문에 기생충 감염의 위험에서 멀다고 보면 된다. 향어나 송어회를 먹을 때는 입맛에 따라 각종 야채에 초장과 막장을 섞어서 먹는다. 식성에 따라 고추냉이간장이나 초장으로 깻잎 위에 양념한 야채를 듬뿍 올려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향어회.
손님들이 많이 찾는 향어회.
합천 1급수에 사는 송어회.
합천 1급수에 사는 송어회.

향어회를 다 먹을 때쯤 메기매운탕을 주문하였다. 밑반찬으로 야산에서 채취한 엄나물 취나물 산뽕잎나물 영아자나물, 산의 정취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산나물로 가득하다. 메기매운탕은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메기매운탕에 손으로 빗어 넣은 수제비가 쫀득하고 투박해서 정겹다. 초피가루를 넣고 비린 맛을 없애고 얼큰하게 먹었다. ‘유성가든’ 메기매운탕은 민물새우가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하고 깊은 맛으로 숟가락을 바쁘게 한다. 지방량이 낮고 단백질과 철분 함유량이 높아 보양식으로 많이 먹는 메기탕은 DHA가 많아 두뇌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소화기능개선과 항산화 작용까지 한다고 하니 좋은 식재료다.

‘유성가든’에서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음식은 향어회가 1순위고 그 다음은 메기매운탕이다. 보양식이자 계절음식으로 송이백숙 송이닭국 또한 많이 찾는 음식으로, 송이는 황매산 깊은 골에서 6월부터 11월까지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

민물매운탕 종류는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매운탕과 피라미, 모래무치, 버들치, 붕어, 등이 들어간 잡어탕이 있다. 잡어탕은 가시가 많고 살이 없어 국물은 맛있지만 먹기 불편하다. 쏘가리는 귀한 생선이라 가격이 비싸고 일반적으로 메기매운탕이 대중적이다. 예전에는 재료수급을 봉산면에서 자연산을 공급받았지만 요즘은 깨끗한 환경의 양식장을 선호해 현대인의 입맛에 익숙한 양식을 공급받는다.

좋은 벗이랑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웃고 즐긴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사람들 사이에 꽃이 피는 것은 무슨 이유로든 색과 향이 있고 그 향기가 퍼지기 마련이다. 뽐내듯 피어오르는 환담에 불룩해진 배만큼 샘솟는 우정이다.

‘유성가든’ 합천군 대병면 서부로 2081

◇바이크 문화체험 공간인 BMW ‘카페 모토라드 합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찾아서 이동한 곳은 합천호 바로 아래 ‘카페 모토라드 합천’이다. BMW 모토라드는 BMW의 모태가 되는 사업부로, BMW는 승용차보다 오토바이를 먼저 제조했다. 다양한 바이크를 구경하며 음료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라이더의 성지라고 불리는 ‘카페 모토라드 합천’이다.

‘카페 모토라드 합천’에 전시돼 있는 바이크.
‘카페 모토라드 합천’에 전시돼 있는 바이크.
바이크를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라이더들.
바이크를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라이더들.

‘카페 모토라드 합천’ 강길수 대표는 합천관광의 품격을 올리기 위해 BMW코리아와 제휴해 카페 모토라드 사업장을 만들게 되었으며, 모토라드 콘텐츠를 이용한 카페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부지면적 1만6528㎡ 1년에 12만 명이 다녀가는 라이더의 성지다. 내부 공간에는 BMW 모토라드의 다양한 모델이 전시돼 있고 라이더들을 위한 모터사이클 전용 주차장을 비롯해 각종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카페는 동아건설에서 합천댐을 건설할 때 지관을 모셔와 최고의 명당자리로 찾아낸 곳이라고 한다. 댐을 건설할 때 합천 수자원공사 관리사무실 부지로 5년간 2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던 곳으로, 강길수 대표가 6년 전에 매입해 카페를 건립하였다.

카페 1층 네온사인에 새겨져 있는 ‘MAKE LIFE A RIDE’ ‘라이더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라’ 뜻의 문구.
카페 1층 네온사인에 새겨져 있는 ‘MAKE LIFE A RIDE’ ‘라이더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라’ 뜻의 문구.

카페를 들어서면 네온사인의 글씨가 우선 눈길을 끈다. ‘MAKE LIFE A RIDE’‘라이더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라’ 그런 뜻이니 철저히 라이더를 위한 카페임이 여실하다. 전시된 바이크는 타거나 만질 수 없다. 미술관에서 전시품을 관람하듯 눈으로 즐겨야하는 여러 바이크 옆에는 브랜드명과 가격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헉, 예사롭지 않은 가격 탓에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에는 연도별 바이크 소개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카운트 옆에는 삼남매 제빵소에서 제공하는 빵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카페 2층.
사진·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카페 2층.

카페 2층은 갤러리로 꾸며서 지역 작가들의 사진이나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강 대표는 갤러리에서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었고, 두루마리 족자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합천중학교 2학년 재학시절 썼던 서예작품도 보여줬다. 북카페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라이더들이 타고 온 경쾌하고 역동적인 바이크엔진 음에 귀가 즐겁고, 날렵하고 웅장한 바이크 모습에 눈이 호강을 한다. 전망 좋은 지형지세는 의룡산, 악견산 산봉우리들과 장군바위의 정기로 많은 장군과 큰 인물을 배출한 합천의 자랑이다. 합천 토박이로 결코 변할 수 없는 자연으로 남아있을 이 지역 이 구간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학창시절 문학청년이었던 카페 대표와 문인들의 담소는 저마다의 모양으로 조화를 이뤘다.

카페 옆 황강의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향강(香江)으로 가보자는 강 대표다. 12억 년 세월의 물굽이가 갈망하고 소멸했을 물의 마음을 바위에 새겨놓았다. 억겁의 세월동안 마모된 바위의 뼈대는 단단한 시간의 문양으로 다듬어진 예술품이 되었다. 향강 둘레길 돌 틈새로 할미꽃 홍매화 수국 꽃길은 이제 풍성할 일만 남아 수많은 사람과 바람이 쉬어가고 물결도 흘러가겠다. 오월의 산과 강은 생명이 용솟음치는 푸르른 색으로 아름다웠고 풍광에 매료되었다.

합천토박이 삼남매가 뭉친 제빵소
합천토박이 삼남매가 뭉친 제빵소

삼남매 제빵소는 합천 토박이 강 대표 자녀 삼남매가 평학마을에서 생산되는 밤으로 밤파이를 개발하였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에서 우리가족이 먹는다는 신념으로 합천밤을 100% 사용하고, 파이에 밤 한 알을 통째로 넣었다고 한다. 맛보기용으로 쫀득찰떡파이도 사 먹었다. 밤파이는 한 박스에 6개 들어 있고 선물용이든 디저트로든 부담 없는 가격 만원이다.

합천밤을 100% 사용해 만든 밤파이.
합천밤을 100% 사용해 만든 밤파이.

강길수 대표는 경영자로 이윤 추구와 품격 사이의 임계점에서 수익과 경제성은 적자지만 합천관광의 품격과 레저의 한 축을 세운 것에 만족한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카페 모토라드 합천’ 합천군 대병면 합천호수로 525. 매주 월요일 휴무

황매산 철쭉제가 열리는 기간에 권연홍 시인과 아름다운 동행으로 황매산 선상화원으로 나들이 갔다. 한 상으로 잘 차려진 향어회와 메기매운탕, 두릅튀김은 눈과 입이 즐거운 우리들의 축제였다. 또한 특별하고 이색적인 카페 모토라드에서 음료를 마시며 다양한 바이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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