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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26) 제비

밥 달라고 짹짹… 하루 350번 밥 나르는 어미

기사입력 : 2024-06-13 20:35:51

도시화로 귀해진 여름 철새
주남서는 쉽게 볼 수 있어
시골 주택 처마 밑 둥지 틀고 번식
새끼 위해 2~3분 간격 끊임없이 사냥


어릴 적 시골 마을 어디서나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그 많던 제비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될 정도로 귀한 몸이 되어버린 제비가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이다.

새끼 제비들이 입을 벌리고 어미새가 물어오는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새끼 제비들이 입을 벌리고 어미새가 물어오는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제비는 여름 철새의 대명사. 그러나 최근 급속한 도시화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개체수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와 농촌 거주 형태의 현대화 그리고 농약 사용의 급증은 제비가 줄어드는 원인이다. 하지만 주남저수지에서는 제비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마도 풍부한 먹이와 안전한 둥지 터, 그리고 마음씨 좋은 집주인이 있어 제비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것일 테다.

어미 제비.
어미 제비.

번식을 위해 찾아온 제비가 주남저수지 상공을 떼 지어 날아다니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짝을 맺고 둥지를 틀어 신방을 차린다.

제비는 몸길이가 18㎝이며, 몸 윗면은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이다. 이마와 멱은 어두운 붉은 갈색, 나머지 아랫면은 크림색을 띤 흰색이다. 꼬리 깃에 흰색 얼룩무늬가 있고 어린 새는 긴 꼬리 깃이 어른 새보다 짧으며 전체적으로 색이 희미하다.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한 농가주택에는 제비들이 16개의 둥지를 건축하고 해마다 새끼를 길러내고 있다. 어미는 저수지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을 2~3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잡아 와 새끼에게 먹인다. 번식기에 제비 한 마리가 잡아먹는 곤충은 5만 마리나 된다. 어미는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하루에 350여회나 먹이 사냥에 나서야 한다.


귀하신 몸이 된 제비가 번식을 이어가고 있는 주남저수지는 아직은 제비들의 천국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남저수지에도 현대식 주택이 증가함에 따라 제비의 둥지 건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보호 대책 수립으로 제비들이 건강하게 번식하는 주남 제비 생태마을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가을이 되면 제비 부부는 새끼를 데리고 강남으로 긴 여정을 떠난다. 내년 따뜻한 봄 긴 여행을 마친 제비 부부는 다시 이곳으로 날아와 둥지를 틀고 번식하게 될 것이다. 인정 많고 마음씨 좋은 집주인을 찾아 제비는 수천 킬로미터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제비가 이곳 주남저수지 인근 마을을 번식지로 선택한 것은 아마도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알고 있어서 아닐까?

최종수(생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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