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일어난 마산의 그날, 그들의 불꽃 같은 삶
3·15의거, 4·19 혁명 다룬 영화 ‘4월의 불꽃’
오는 27일 정식 개봉 앞두고 마산서 시사회
김주열 열사와 어머니 이야기 중심으로 담아
송 감독 “민주주의 발전 그려… 정치인 봤으면”

1960년 3월 15일 일어난 부정선거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선 학생들 모습. /㈜레드파노라마/
“이 영화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 다른 주열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가 주열 어머니의 심정이 되어 만든, 따뜻한 영화입니다.”
독재권력에 항거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그날의 이야기이자 난데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3·15의거와 4·19혁명을 다룬 영화 ‘4월의 불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로 권력을 등에 업었던 이강석과 그가 부리던 정치깡패들의 모습. /㈜레드파노라마/
영화 ‘4월의 불꽃’이 오는 27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지난 13일 마산 시민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서 시작된 국민적 분노와 학생들의 희생, 그리고 결국 대통령의 하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그저 역사를 되새김질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시 희생된 김주열 열사와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날을 마주하는데, 그날 그들의 희생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기 이전에 내 아들, 내 딸을 앗아간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후 마산 시민극장에서 영화 ‘4월의 불꽃’ 팀이 시사회를 갖고 있다. /진휘준 수습기자/

지난 13일 오후 마산 시민극장에서 영화 ‘4월의 불꽃’ 팀이 시사회를 갖고 있다. /진휘준 수습기자/
이날 시사회 현장에서 송영신 감독은 ‘4월의 불꽃’을 “슬픈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엄마와 아들의 사랑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해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은 “‘4월의 불꽃’은 우리의 아들과 딸이었던 학생들이 희생됐던 영화이며 모든 이의 어머니였던 김주열 어머니의 사랑이 절절한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4월의 불꽃’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이므로, 팩트와 픽션이 3대 7 정도로 섞인다. 하지만 4·19혁명과 관련한 영화가 그간 한 편도 없었으므로, 제작진은 사실을 고증하는 데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3·15의거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고자 김주열 열사의 시신을 수습했던 간호사를 비롯해 그날 함께 거리로 나섰던 이들을 만나 들었던 인터뷰를 곳곳에 넣고, 당시 신문기사들을 찾아 보여준다. 아울러 배우 최불암이 내레이션을 맡아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한다.

열여섯 주열이와 엄마가 일상을 보내며 대화하던 씬. /㈜레드파노라마/

어린 김주열과 주열 어머니가 함께 보낸 과거 일상 모습. /㈜레드파노라마/
영화는 또한 과거만을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초반,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 선포의 장면을 담아냈다. 송 감독은 시사회 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이 영화가 제작됐다. 지금 대한민국에 이런 사태가 있을 거라고 예측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시면 ‘아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가 이거였구나’,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으실 거다. 정치인들은 반드시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주열 열사 어머니 역을 맡은 조은숙 배우는 “그냥 당연히 이 자리에 내가 있는 줄 알았다. 영화를 찍으며, 이런 역사 속에서 내가 있었구나 알게 되어 많이 부끄러웠고, 우리 아이들에게 매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로 권력을 등에 업었던 이강석과 그가 부리던 정치깡패들의 모습. /㈜레드파노라마/

영화 ‘4월의 불꽃’ 촬영현장.
영화 속 배우 최불암의 목소리로 전하는 마지막 말이 곧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다.
‘떠난 청춘이 있고 남은 청춘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잊게 했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정치 이야기가 아닌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 그저 일상을 살았던 우리네 이야기 ‘4월의 불꽃’은 27일 국내 개봉과 동시에 해외 공개될 예정이다. 역사적 현장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지난해 마산과 합천에서 촬영했다.

영화 ‘4월의 불꽃’ 포스터.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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