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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7)시즌Ⅱ 움직임 ② 비영리 민간단체 김해 율하발전협의회

상인·주민 ‘연대와 나눔의 힘’ 카페거리 되살렸다

10년 전부터 율하천변 1㎞ 점포 100여곳 성업

임대료 상승·프렌차이즈 공세로 침체 직면

기사입력 : 2021-04-19 21:05:25

10년 전, 김해 율하천 인근으로 개성 있는 카페가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천 주변에서 산책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주민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 오는 명소가 됐다.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새 카페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불과 1~2년 사이 10여 개였던 동네 카페는 50여개로 늘었다. 1㎞ 남짓한 하천 인근 거리에는 카페와 식당 등 100여 개의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 곳을 ‘율하카페거리’로 불렀다. 카페거리의 유명세에 김해시도 발 벗고 나서 카페촌 특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작 카페 주인들은 높은 임대료 부담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공세에 밀려 경영이 녹록치 않았다. 게다가 점차 유행이 시들해지면서 카페거리를 찾는 손님들까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각자 가게를 꾸리던 상인들은 힘을 합쳐서 위기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2019년, 35명의 카페 주인들은 상권 활성화와 지역 공동체 구성에 뜻을 모아 비영리 민간단체 율하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연대’와 ‘나눔’의 힘이 김해 율하 카페거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밤에도 낮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김해 율하천 카페거리 점주들로 구성된 율하발전협의회 주최로 지난해 열린 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모습./율하발전협의회/
‘연대’와 ‘나눔’의 힘이 김해 율하 카페거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밤에도 낮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김해 율하천 카페거리 점주들로 구성된 율하발전협의회 주최로 지난해 열린 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모습./율하발전협의회/

율하발전협의회 회장 김태형(캐츠커피 대표)씨는 “처음에는 우리(상인)가 살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행사라도 하나 만들자는 간절함으로 시작했다”며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게 됐고, 이제는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카페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됐다”고 말했다.

◇연대, 카페길 문화축제= 그해 봄, 상인들은 ‘율하 제1회 벚꽃축제’를 열었다. 사업 경비는 회비로 십시일반 모았다. 프리마켓과 푸드트럭, 문화 체험 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버스킹, 에어로빅, 기타 연주 등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공연으로 지역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회원 가게를 이용하면 그 영수증으로 경품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해 상권 활성화도 도모했다. 당시 하루 방문객 1000여명에 그쳤던 카페 거리에는 10배가 넘는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카페 매출도 평소 2배 이상 늘었다.

율하천을 가득 메운 프리마켓 인파./율하발전협의회/
율하천을 가득 메운 프리마켓 인파./율하발전협의회/

이후 협의회는 1년간 ‘율하 카페길 차 없는 거리 문화 축제’를 총 6회에 걸쳐 진행했다. 당시 행사 누적 방문객은 6만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태권도 학원 학생들, 통기타 동호회, 주민 노래자랑 등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가해 축제를 만들어 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즐겼고, 상권은 자연스럽게 활기를 띄게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대규모 축제가 어려워졌지만, ‘율하 드라이브 in 콘서트’와 ‘골목 소상공인 한마당 축제’ 등 소규모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나눔, 율하밤톨오케스트라= 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축제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율하밤톨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로 지친 회원들과 가족들,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 사업 공모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동네 이름인 밤 ‘율’ 아래 ‘하’, 밤나무 아래라는 뜻과 밤(balm·위안)과 툴(tool·수단)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현재 1기 오케스트라에 30명의 가족 단위 단원들이 모여 전문 강사들의 교육을 받으며 악기를 익히고 있다. 연습 장소는 지역 사회적 기업인 장유클라우드배리에서 제공했다.

지난해 6월 율하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코로나 극복 한마당 행사
지난해 6월 율하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코로나 극복 한마당 행사

율하 밤톨오케스트라 단장을 맡고 잇는 윤민형 사무국장은 “상인들과 주민들이 힐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시민 오케스트라 사업에 지원하게 됐다”며 “전문적인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가족 단위로 모여서 악기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율하밤톨오케스트라는 오는 5월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6월부터는 2기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

율하밤톨오케스트라.
율하밤톨오케스트라.

◇꿈, 율하 발전 위한 마을 공동체= 협의회의 목표는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인근 주민들과 건강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다. 협의회 단체 정관에도 ‘협의회는 장유 율하카페거리를 중심으로 율하천을 사랑하고 가꾸며 카페거리를 상인과 주민이 협력해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여 활기찬 거리, 상생하는 특화거리로 거듭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협의회 회원도 35명에서 100여명으로 늘면서 활동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협의회는 마을 신문 만들기, 마을 뮤직비디오 만들기 등 마을 홍보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마스크 기부 등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 단체가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힘은 본업을 하면서도 자기 일처럼 자발적으로 나서주는 회원들과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근 주민들이나 율하 카페거리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이 더 많아져서 단체가 경제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고 체계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앞으로 협의회는 카페거리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청소년과 함께 하는 문화 교육, 오케스트라와 연계한 뮤지컬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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