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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잦고 커지는데 진화대는 ‘환갑’

도내 산불진화대원 고령화 심각

시군 진화대 906명 평균연령 59세

젊은층 유입 안돼 70세 넘는 대원도

기사입력 : 2023-03-13 21:03:05

매년 산불이 빈번해지고 커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현장에 나서는 지역 예방진화대원은 여전히 고령이라 안전이 위태롭고 한시 계약직이기에 산불 진화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목재 등이 시커멓게 타 있다. 전날 발생한 불은 91㏊를 태우고 21시간여만에 잡혔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목재 등이 시커멓게 타 있다. 전날 발생한 불은 91㏊를 태우고 21시간여만에 잡혔다. 연합뉴스

◇경남 진화대원의 평균연령은 ‘환갑’= 산불 주불 진화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다.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전문 인력’이지만 경남에서 산불이 났을 때 투입될 수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양산국유림사무소 소속 24명과 함양국유림사무소 소속 12명으로 총 36명이다. 공중진화대의 경우 양산산림항공관리소에 7명, 함양산림항공관리소에 10명이다.

경남에만 연간 70여건의 산불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는 산불 대응을 위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을 구성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 예방진화대는 초기 산불 진화와 주불을 잡고 난 이후의 잔불 진화를 도맡는다. 그러나 대부분 고령인데다 전문성이 떨어져 이들의 산불 대응 능력과 안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남 18개 시·군에는 906명의 예방진화대원이 구성돼 있다. 창원시가 144명으로 가장 많고 거제시·거창군이 60명, 진주시·양산시가 59명으로 뒤를 잇는다. 이들 906명 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59세로 고령이다. 각 지역마다 최고령은 70세 전후로 화재 현장에서 ‘환갑 출동’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방진화대는 ‘일자리 사업?’= 예방진화대원의 높은 연령대는 6개월 한시 계약직(11월~5월)에 임금 또한 최저시급으로 지급되는 등 열악한 근로 조건이 주 원인이다. 2023년 예방진화대원의 일당은 7만6960원으로 책정돼 있다.

전문성 또한 담보되지 못한다. 예방진화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정지원일자리사업의 일종이기에 산불 진화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보에 더 큰 비중을 가진다. 때문에 취업취약계층이 우선선발 기준이 되며 직무 능력은 오로지 체력검정으로 확인한다.

체력검정도 각 지자체별로 상이하다. 하동의 경우 15㎏ 등짐펌프를 메고 4.5㎞ 거리를 1시간 이내 진입하는 기준으로 한다. 진주는 1.2㎞ 오래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실시해 순위별로 선발한다.

짧은 근속 기간도 전문성을 저해한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림청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기 계약이다 보니 지속성이 떨어진다. 위기상황 판단 능력이나 현장감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지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커지는 산불, 고령 예방진화대원 위협한다= 산불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남의 산림 화재 피해면적은 2017년 9.69㏊, 2018년 8.05㏊, 2019년 8.10㏊에 이어 2020년 25.69㏊, 2021년 56.12㏊, 2022년 1546㏊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예방진화대원 또한 위험한 대형산불 현장에 자주 투입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고령 대원이 긴박한 산불 현장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1일에는 하동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던 64세의 진주 소속 예방진화대원이 숨지기도 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박사는 “작년부터 산불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의 체력적,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예전과 달리 기후가 변하고 산불의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앞으로 더한 비극도 예견된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예방진화대원의 구조적 문제가 시급하다. 예방진화대를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 형태로 전환해 연령대를 낮추고 전문성을 갖추게 만들거나, 65세가 정년인 지역 의용소방대 활용이 제언된다.

문현철 한국산불학회장은 “지금처럼 임기응변으로 일당을 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정규직화해 도시와 가까운 군 단위에서 근무하는 순환근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충분한 훈련을 수행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진화대원의 경우 현장 투입 전에도 지병 여부, 관절·당뇨 등 건강을 잘 확인해 선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산불 환경이 바뀌는 만큼 이전의 시스템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며 “산림청 위주의 산불 대응을 넓혀 지역에 전문성 있고 젊은 의용소방대를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어태희 기자·김태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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