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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우리동네 창원이 인기웹툰에 쫙… 여기가 거기라고?

웹툰 ‘계시록’ 주요 장소 추적기

기사입력 : 2023-09-19 21:37:48

‘지옥’ 연상호×최규석 콤비의 차기작 ‘계시록’
작중 주요 장소들 마산·창원·진해 곳곳에

경남서 나고 자란 최 작가 “창원이 작품 배경”
구름 낮게 깔리는 마산의 풍광 좋아 선택
합성동 재개발 구역·안민고갯길 등도 참고

카카오웹툰 완결 후 문학동네서 단행본 출간
기획단계부터 영상화 논의… 영화 제작 앞둬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지옥’으로 호흡을 맞췄던 연상호·최규석 작가의 차기작 웹툰 ‘계시록’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계시록’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공사 중인 지방 도시 ‘무산’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물이다. 개척 사명을 받고 내려온 목사 ‘성민찬’, 무산중부경찰서 형사 ‘이연희’, 전과자 ‘권양래’는 각자에게 주어진 계시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간다. 이 작품에서 연상호 작가는 사건 개요와 장면 구성을, 최규석 작가는 논리 구조와 인물을 주로 맡았다. 그중 최규석 작가는 진주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경남 사람이다. 그는 과거 경남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시록은 창원이 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상호·최규석 作 <계시록>.
연상호·최규석 作 <계시록>.

계시록에는 실제 창원의 모습을 토대로 한 건물과 풍경이 자주 보인다. 기자는 창원에서 30여 년을 살고 있는데, 책 소개를 위해 작품을 읽다 보니 작품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사의 방향을 기존 ‘책 소개’에서 ‘주요장소 추적기’로 선회했다.

◇이 건물 모르면 창원 사람 아니지= 작품 속에서 가장 확신이 들었던 장소는 ‘SKY 평안교회’다. 작 중 민찬이 담임목사로 있는 ‘사명의나라 교회’의 모교회로 민찬에겐 믿음의 근원이자 성전 같은 곳이다.

해당 건물의 실제 모델은 창원 성산구 신월동에 있는 서머나교회로 추정된다. 서머나교회는 창원을 대표하는 교회 중 한 곳으로 1951년 개회했다. 현 교회건물은 2005년 지어져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다.

계시록 속 SKY 평안교회(왼쪽)와 실제 건물 모델이 된 서머나교회 모습.
계시록 속 SKY 평안교회(왼쪽)와 실제 건물 모델이 된 서머나교회 모습.

‘SKY 평안교회’와 함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건물은 ‘무산중부경찰서’다. ‘무산’이 ‘마산’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산중부경찰서는 마산중부경찰서 건물을 본뜬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서 정문 위에 적힌 표어 또한 ‘안전한 마산(무산) 함께하는 중부경찰’로 일치했다. 작품에서 경찰서는 이연희 형사의 근무지이자 진실을 좇는 장소로 나온다. 건물 안에서 이연희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마산중부경찰서는 1948년 마산경찰서로 출발해 1995년 현재 명칭으로 개칭했으며, 현 청사건물은 1998년 지어졌다.

계시록 속 무산중부경찰서(왼쪽)과 실제 건물인 마산중부경찰서 모습.
계시록 속 무산중부경찰서(왼쪽)과 실제 건물인 마산중부경찰서 모습.
계시록 속 무산중부경찰서 입구(왼쪽)와 실제 장소인 마산중부경찰서 입구 모습.
계시록 속 무산중부경찰서 입구(왼쪽)와 실제 장소인 마산중부경찰서 입구 모습.

◇이건 작가도 못찾을 줄 알았을 거야= 작품의 주 무대는 민찬이 담임목사로 있는 ‘사명의나라 교회’다. 이곳은 담임목사 민찬과 전과자 양래가 만난 곳이자, 이연희 형사가 양래를 미행하던 중 도달하게 되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만은 기사의 완성도를 위해 찾아야만 했다. 먼저 교회 앞 도로가 편도 1차선에 약간 경사져 있다는 점에서 마산에서도 고도가 높은 동네라 유추했다. 로드맵을 통해 마산지역 중 고지대에 있는 교회를 모두 살폈다.

계시록 속 사명의나라교회(왼쪽)와 실제 건물 모습.
계시록 속 사명의나라교회(왼쪽)와 실제 건물 모습.

마산합포구 완월동의 혜광교회에 시선이 멈췄다. 정확히는 2층 혜광교회 아래에 있는 1층 편의점이 익숙했다. 작품 속 ‘사명의나라 교회’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이 겹쳐 보였다. 양래를 찾던 이연희 형사가 음료수를 사며 매복했던 곳이다. 로드맵을 편의점 반대쪽으로 돌렸고,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곳엔 분명 익숙한 건물이 있었다. 사선으로 설치된 계단 난간과 덕지덕지 붙은 간판들, 독특한 간격의 2층 창문 구조까지 ‘사명의나라 교회’와 유사한 건물이었다. 다른 점은 2층에 교회가 아닌 태권도 학원이 있는 점, 그리고 옥상에 교회 첨탑이 없다는 점이었다. 교회 첨탑은 60m 근처에 있는 마산중앙교회를 참조한 것처럼 보였다. 소소하게 재밌는 점은 건물 1층 간판이다. 작품 속에는 ‘교차로’라 적힌 간판이 연달아 3개 설치돼 있는데, 다소 납득되지 않는 간판 구조에 갸우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도 건물 1층에는 ‘간이역’ 꼬치전문점 간판이 3개 연달아 설치돼 있었다. 최 작가의 고증은 어떤 의미로 완벽했다.

계시록 속 사명의나라교회(왼쪽) 건너편 편의점과 실제 편의점 모습.
계시록 속 사명의나라교회(왼쪽) 건너편 편의점과 실제 편의점 모습.

◇최 작가 “작품 상황 마산과 일치”= 최규석 작가는 창원을 작중 배경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마침 주제가 지방 도시였고 부모님이 계신 창원이 작업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비도 많이 왔고 마산은 고도가 높아 구름이 낮게 깔리는 풍광이 좋았다”며 “마산이란 이름도 예뻐서 안개가 많이 끼는 의미의 ‘무산’이란 가상의 공간을 착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외에도 후반부 나오는 철거촌은 마산회원구 합성동 재개발 구역을, 진해구 안민고갯길 등을 작품에 참조했다고 덧붙였다.

웹툰 ‘계시록’은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카카오웹툰·페이지에 연재되며 각 211만, 13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총 28화로 웹툰 중에선 짧은 호흡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기획 단계부터 영상화가 논의됐고 영화 제작을 앞둔 상황이다.

최규석 작가는 ‘계시록’, ‘지옥’ 외에도 ‘송곳’,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등을 통해 사회문제를 보다 선명히 다뤄왔다. 연상호 작가는 ‘부산행’, ‘반도’ 등 영화와 ‘돼지의 왕’, ‘서울역’ 등 애니매이션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신념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했다. 맹목적인 믿음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쌓아 올리고, 어떻게 개인을 파멸로 이끄는지. 또 누군가를 단죄하지 않고서는 바로 설 수 없는 현대인의 연약한 신념을 바라본다.

최 작가는 “‘지옥’에서 이어지는 주제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허약함을 다뤘다”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시록’ 단행본은 웹툰으로 연출되기 전 원고를 바탕으로 최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는 흐름으로 편집됐다. 또 최 작가가 직접 그린 주요 인물 3인방의 설정화가 담겼다. 출판 문학동네.

글·사진= 김용락 기자, ★ 웹툰 속 장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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