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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에서 제작된 로컬음악 즐기기

‘메이드 인 경남’ 로컬 음악에 빠져볼까

기사입력 : 2023-11-22 08:11:37

경남문예진흥원 음악창작소 ‘뮤지시스’
음반제작 지원 사업… 5년간 49개 제작
보수동쿨러·정홍일 등 전국구 발돋움
가수들 “비용부담 줄어 음악 집중 가능
행정절차 복잡·촉박한 기간은 아쉬워”
25~26일 진주·창원서 ‘뮤지션 쇼케이스’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로 시작해 ‘지금 멈춰 선 찰나를 잡아요’에 다다른 건 무엇일까.

정답은 ‘경남에서 제작된 로컬음악’이다. 첫 문장은 2019년 6월 발매된 보수동쿨러의 ‘0308’ 가사이고, 뒤 문장은 2023년 11월 발매된 잔물결의 ‘꿈은 없던 일’의 가사다. 모두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대중음악이 서울에 집중돼 있고 인디음악 또한 서울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로컬음악은 저마다의 ‘실험’ 속에서 ‘찰나’의 기회를 잡으며 성장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2019년 10월 ‘뮤지시스’를 개소해 5년째 운영 중이다. 그동안 뮤지시스의 ‘음반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한 49개의 음반을 살펴보며 ‘경남의 로컬음악’에 빠져본다.

경남에서 제작된 음반들.
경남에서 제작된 음반들.

◇연도별 눈여겨볼 음반은?= 뮤지시스의 ‘음반제작 지원사업’이 시작한 2019년에는 14건의 음반이 제작됐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음반은 보수동쿨러의 ‘Yeah, I don’t want it. 이 음반은 현재 부산 인디씬의 보물로 자리 잡은 보수동쿨러의 첫 EP 앨범(미니앨범)이다. 이 음반이 발매되고 그해 보수동쿨러는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소개되며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보수동쿨러 ‘Yeah, I don't want it’
보수동쿨러 ‘Yeah, I don't want it’

8건의 음반이 제작된 2020년에는 정홍일의 EP 앨범 ‘숨 쉴 수만 있다면’이 돋보인다. 정홍일은 앨범 제작을 마치고 출연한 방송 ‘싱어게인’에서 최종 2위를 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해당 앨범에 수록된 노래는 그의 오리지널 노래 중에서 상위권에 꾸준히 위치하고 있다.

정홍일 ‘숨 쉴 수만 있다면’
정홍일 ‘숨 쉴 수만 있다면’

2021년에는 8건의 음반이 발매됐다. 국빈관진상들, 이공이공, 유라시아, 페이퍼리버, 올옷 등 인디밴드의 강세 속에서 엄지영의 ‘My Lovely creamy things’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엄지영은 ‘2020 통일로가요’에서 대상을 받은 밴드 큰그림의 보컬로 2000년대 초부터 ‘국내 게임 가수 1호’라는 별칭으로 활동한 가수다.

엄지영 ‘My Lovely creamy things’
엄지영 ‘My Lovely creamy things’

2022년에도 이사흘, 지압공원, 파네마, 스와일리 등 인디 성향의 음반이 주류를 이뤘다. 그중 음반 ‘그리고, 그리움’을 발매한 이소연은 같은 해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2023년에는 9건의 음반 제작이 이뤄졌다. 그중에서 창원인디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데뷔한 잔물결의 ‘꿈은 없던 일’이 경남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했던 주로키의 정규앨범 ‘보카랜디스트’가 시선을 끈다.

잔물결 ‘꿈은 없던 일’
잔물결 ‘꿈은 없던 일’

◇숫자로 보는 49개 음반= 지원사업으로 발매된 49개 음반 중 정규앨범은 11개, EP앨범은 28개, 싱글앨범 10개로 구분된다. 총 곡 수는 242개다.

음악 장르(중복 포함)는 ‘인디’가 29개로 가장 많았고 ‘록’이 19개, ‘포크’가 10개로 뒤따랐다. 이와 함께 △발라드 5개 △메탈 4개 △힙합·알앤비·일렉트로니카 3개 △어쿠스틱·댄스·재즈·어반·국악 △월드뮤직·레게 1개 등이다.

또 동명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음반을 발매한 팀은 △페이퍼리버 3번(2019, 2021, 2022) △국빈관진상들(2021, 2023)·루트(2020, 2023) 2번 등이 있었다. 이외의 42팀은 한 차례 지원사업을 통해 음반을 제작했다. 다만 제나탱고(2019)와 제나탱고의 보컬 이소연(2022)이 따로 음반을 제작하는 사례도 있었다.

qway ‘WGPR’
qway ‘WGPR’
뎁트 ‘Love have Limit’
뎁트 ‘Love have Limit’
루트 ‘GROW’
루트 ‘GROW’
SOOM ‘일렁거리는’
SOOM ‘일렁거리는’
오늘맑음 ‘Summer Again’
오늘맑음 ‘Summer Again’

◇자본 지원 통한 음악제작 집중 ‘만족’= 뮤지시스의 ‘음반제작 지원사업’에 참가한 지역음악인들은 음반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만족스러워했다. 반면 행정적인 복잡함과 경직성은 아쉬워했다.

그룹 제나탱고와 이소연으로 두 차례 음반제작을 지원받은 이소연은 “음반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제작비가 필요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금을 마련한다”며 “음반 지원사업은 아티스트가 음악에만 집중해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사흘은 “전업 음악가가 아닌 상황에서 개인이 음악을 제작하면서 모든 행정적인 일을 해내기가 빠듯할 때가 많았다”며 “음악이 완성된 이후 행정적인 절차를 밟으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잔물결의 이단도는 “좋은 점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업 운영 기간인 5월에서 11월 중 음반을 발매해야 하는 점은 아쉬웠다”며 “발매 시기는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뮤지시스 전경
뮤지시스 전경
음반제작 과정에서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을 할 수 있는 컨트롤룸A 전경./뮤지시스/
음반제작 과정에서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을 할 수 있는 컨트롤룸A 전경./뮤지시스/

◇뮤지시스는?= 김해문화의전당에 위치한 뮤지시스는 매년 도내 음악인과 대중들을 위한 다양한 창작·제작 지원 프로그램과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음반제작, 도내공연 지원, 스트리밍 활성화 지원, 대중음악 아카데미, 홍보마케팅, 뮤지시스 페스티벌로 구성돼 있다. 시설은 스튜디오 6실, 교육실, 로비로 구성돼 있다. 스튜디오는 다양한 악기별로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 등이 가능한 공간이다.

지원사업은 ‘음반제작 지원사업’과 ‘도내공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음반제작 지원사업’은 경남 음악인의 음원녹음, 마스터링 등 창작 과정부터 유통, 홍보 마케팅 등 후속 프로모션 단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뮤지시스 관계자는 “음반을 제작해 보지 않았던 신진 음악인부터 앨범 발매를 진행해 본 기성 음악인까지 다양하게 지원해 지속적인 음악활동의 기반을 다지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시스는 오는 25일 오후 1시 진주 철도문화공원과 26일 오후 4시 30분 창원컨벤션센터 제3전시장에서 ‘2023 뮤지시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5일에는 올해 음반제작 지원사업에 참가한 오늘맑음, 혜온, 해노의 쇼케이스와 함께 축하공연이 열린다. 26일에도 마찬가지로 음반제작 지원사업에 참가한 국빈관진상들, 라포, 루트, 위나, 잔물결의 쇼케이스와 프롬의 축하공연이 열린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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