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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氣 받기- 삼성·LG·효성·GS 창업주 이야기 5부] ⑩ 허승효·허승표·허승조 형제

[5부]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GS그룹과 허씨 형제들

조명·유통업 대부에 축구선수 활동까지… 존재감 빛나는 삼형제

기사입력 : 2023-12-21 07:57:33

6남 허승효, 조명전문기업 ‘알토그룹’ 설립
지수면에 마을주민 위한 ‘효주공원’ 조성

7남 허승표, 한국 첫 英프로축구 선수 활동
은퇴 후 승산 거쳐 IT기업 ‘피플웍스’ 경영

8남 허승조, 럭키그룹서 경영인의 길 걸어
GS분리 때 핵심인 GS리테일 사장 등 역임

허만정의 여덟 자녀 중 허승효, 허승표, 허승조 세 분은 생존하고 계신 분인데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지수면 방어산과 승산리 풍경./승산마을 보존회/
지수면 방어산과 승산리 풍경./승산마을 보존회/

# 6남 허승효 알토그룹 회장

허만정의 6남 허승효(1944~) 회장 이름 뒤에 오는 수식어는 ‘조명(照明)’이다. 대한민국의 주요 건물과 문화재에 야경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조명 관련 전문 기업 알토그룹 회장이다. 한국의 조명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영인이다.

효주 허만정의 6남 허승효.
효주 허만정의 6남 허승효.

1944년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서 났다. 지수초등학교 32회 졸업생이다.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2학번으로 경희대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둘째 형 허학구가 설립한 정화금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후 다섯째 허완구 형이 설립한 물류 운송회사 승산으로 가서 대표이사를 하였다. 1985년 조명기구 디자인, 조명개발 연구 프로젝트, 인테리어를 하는 알토그룹을 설립하였다. 알토그룹 소속 회사로 건축사 사무소도 운영하고 있다. 진주 지수면에 있는 효주공원을 직접 설계하였다.

허승효 회장은 어릴 때 아버지 허만정이 남기신 ‘있는 척하면 안 된다. 근검하고 절약하는 정신을 늘 가져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가슴에 새겼다고 하였다. 좌우명은 지신원도(止愼遠到, 큰 뜻을 가진 자는 서두르지 않는다)이다.

효주공원, 효주는 허만정의 호(號)이다.
효주공원, 효주는 허만정의 호(號)이다.

# 허승효와 지수 효주공원

지수면 사무소 옆에 효주(曉洲)공원이 있다. 효주는 허만정의 호(號)이다. 약 5000평의 규모로 허승효 알토그룹 회장이 공원을 조성하여 2006년에 개장하였다. 야외 미술관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개장 동기는 마을 주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이 지수면에 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효주공원에 가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점과 여러 가지 해석을 가져오는 가로 60㎝×세로 60㎝ 크기 9개의 문양 조형물이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9개 무늬판에 관련된 소개가 없어 무늬는 보는 사람마다 궁금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승산리에 거주하는 원로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설계자 허승효 회장 지인은 9개의 무늬판 중, 중앙이 아버지 허만정이고 이를 둘러싼 8개의 문양은 8명의 아들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해석으로 효주 허만정의 방에 있던 병풍에 그려진 문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허정구를 비롯한 형제 항렬이 구(九)자라 9와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명쾌한 정답은 아닌 듯하다. 설계자인 허승효 회장은 현재까지 직접 문양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아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문양 앞에서 기도하거나 손으로 문양을 쓰다듬고 만지면 부자 기운을 받는다고 하니 필자도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효주공원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9개의 무늬판. 설계자인 허승효 회장이 현재까지 문양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문양 앞에서 기도하거나 손으로 문양을 쓰다듬고 만지면 부자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효주공원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9개의 무늬판. 설계자인 허승효 회장이 현재까지 문양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문양 앞에서 기도하거나 손으로 문양을 쓰다듬고 만지면 부자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9개의 무늬판 중 정중앙을 둘러싸고 있는 무늬판 개수는 1~8의 숫자로 구성돼 있다. 숫자를 조합하면 가로와 세로의 합이 동일하게 12가 된다.
9개의 무늬판 중 정중앙을 둘러싸고 있는 무늬판 개수는 1~8의 숫자로 구성돼 있다. 숫자를 조합하면 가로와 세로의 합이 동일하게 12가 된다.

# 만다라트 문양

필자는 이 문양을 처음 보았을 때 일본인 마쓰무라 아스오가 개발한 만드라트를 연상하기도 하였다. 만다라트는 불교에서 연꽃을 뜻하며, 만다라(Mandala)와 예술(Art)이 합쳐진 단어이다. 9개 칸을 평면으로, 위에서 내려보면 활짝 핀 연꽃 모양이 된다.

최근 미국 프로야구의 뉴스에는 MLB에 진출한 한국의 이정후 선수와 천문학적 연봉을 받게 될 일본 출신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오타니는 야구에서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9칸의 그림에 각각 또다시 9칸을 그려 81칸의 공간에 실천 내용을 기록한, 만다라트를 활용했다고 소개된 적이 있다.

필자는 9는 동양 철학적 개념으로 하늘, 권력, 마지막을 뜻하는 숫자이니 ‘늘 경계하고 멈춤을 알라’는 교훈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효주공원의 문양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달리 해석을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곤 한다.

그리고 효주공원 무늬판 9개 중 정중앙 한 곳을 둘러싸고 있는 8개의 무늬판 문양은 1~8의 숫자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퍼즐을 조합해 나가듯 숫자를 가로, 세로 조합해 보면 가로 합이나 세로 합이 동일하게 12가 된다.

이로 볼 때 분명 합이 12가 되도록 배치한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1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이 무늬판 관련 해석 토론회를 개최하여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 12가지를 선정하여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재미가 배가 될 것 같다.

효주 허만정의 7남 허승표.
효주 허만정의 7남 허승표.

# 7남 허승표와 피플웍스그룹

허승표(1946~)는 지수초등학교 34회 졸업생이다. 고등학교는 서울로 유학을 가서 둘째인 허학구 형님댁에서 학교를 다녔다. 형님과 나이 차이가 30년 이상이고 조카인 장남 허전수가 삼촌 허승표보다 나이가 많아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청년 시절 월남전에 참전한 특이한 경력도 있다. 부잣집 아들이 1969년 월급 55달러를 받고 전투병으로 자원입대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던 것이다. 그것도 집안 부모나 형제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스스로 자진하여 참여한 것이다. 운동하는 선수들의 자신감과 담대한 능력의 일부를 보여준 행위라고 느껴진다.

허정구는 골프, 허완구는 씨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허승표에게는 축구가 빠질 수 없다. 그냥 단순하게 취미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프로선수로 활동도 하였다. 지금은 IT기술융합, 배터리 보호회로, 팩을 개발하는, 인간이 중심이 된 사업장 Peoples Work(피플웍스)를 설립, 경영을 펼치고 있다.

# 허승표, 영국 프로 축구선수 출신

허만정 집안에서 가장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허승표 회장에 대한 수식어는 축구인이자 기업인이다.

허승표는 보성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였고, 그 후 1970년 실업팀 서울신탁은행 축구단에 입단하였다. 1972년 영국으로 건너가 100년 전통의 명문 프로축구 클럽 ‘아스날’에서 현역 선수로 활약하였다. 영국 프로축구에서 활동한 첫 한국 선수로 기록되어 있다.

은퇴 후 1978년부터 1990년까지 형 허완구가 경영하는 승산에 입사하여 경영인으로 변신하였다. 경영활동을 하면서 대외활동으로 축구협회에 참여하여 1991년에는 대한축구협회 국제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을 지냈다.

효주 허만정의 8남 허승조.
효주 허만정의 8남 허승조.

# 8남 허승조는 유통업계 대부

허승조(1950~)는 허만정의 8형제 중 막내로 지수초등학교 38회 졸업생이다. 허승효, 허승표 형과 달리 허학구, 허준구, 허신구 형이 키운 럭키그룹에 입사하여 경영인의 길을 걸어갔다.

1978년 반도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2000년 LG백화점 사장이 되면서 LG그룹 전문경영인에 합류하였다.

2004년 LG가 GS그룹으로 분리되자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리테일 사장, 부회장을 하였다. 지난 2023년 4월 25일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식 때 허만정이 진주 형평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직계 자녀로 참석하였다.

이래호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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