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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마산 도자기체험 공방 ‘하늘닮은도자기’

흙 만지며 놀고 차 마시며 쉬고… 가볍게 만나는 ‘즐거운 도예’

기사입력 : 2024-01-09 21:35:34

어린시절 자연과 함께한 공방지기
도자기 체험 생소했던 시절
흙 경험하는 공간 마련 꿈꿔
2014년 마산에 공방 오픈
쉬는 공간 위해 카페도 운영

연령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
구상부터 제작까지 내 맘대로
아동도예·개인강습·창업반 운영도
“보다 많은 이들이 흙의 장점 누려
도예분야 대중화시키는 게 목적”


뭘 만들지 고민하다가 손을 뻗는다. 싹둑, 조물조물, 슥스윽. 입을 앙 다물고 한참을 집중하다 멈칫한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싶어 좌절하던 아이는 뭔가 떠올랐는지 이내 이성을 찾는다. ‘선생님이 물을 묻히면 쉽게 고칠 수 있다고 했지!’

그리 머지않은 과거에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지천에 모래와 흙이 가득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흙을 만진다는 게 참 귀한 경험이 됐다. 미술치료방법으로도 쓰일 만큼 흙이 정서에 좋다고들 하니, 특히 아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집 근처 흙놀이가 가능한 곳을 찾아내 주말을 보내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도서관 앞에 있는 도자기체험 공방 ‘하늘닮은도자기’. 한 아이가 도예 체험을 위해 앉아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도서관 앞에 있는 도자기체험 공방 ‘하늘닮은도자기’. 한 아이가 도예 체험을 위해 앉아 있다.

지난 2014년 마산회원도서관 앞 ‘하늘닮은도자기공방’이 생겨난 이유다. 단순히 수익을 예상하고 차렸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주인장의 지독한 흙사랑 쪽이 공방을 차린 목적에 가깝다. 공방을 운영하는 이는 홍은주(39)씨. 도예를 전공한 은주씨에게 이곳 공방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최근 들어서는 도자기 체험을 제공하는 공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곳 공방이 생겨날 때만 해도 도자기 체험이란 건 생소하다 못해 특이한 것이었다고 은주씨는 회상한다. 무엇보다 전공자들로부터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려웠다고. 누가 돈을 주고 도예를 배우러 올 것이냐는 의심이 반,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도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불만이 반이었으니 오히려 수익을 기대하는 게 이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본인이 생각하는 흙의 장점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고집을 부려보기로 했다.

“저는 흙을 만지는 게 진짜 좋거든요? 내 생각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도구잖아요. 또 나무나 쇠를 놓고 보자면, 흙은 실수를 하더라도 물만 있으면 되돌릴 수가 있잖아요.”

여러 형태의 도자기들.
여러 형태의 도자기들.
여러 형태의 도자기들.
여러 형태의 도자기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편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는 공방, 왼편으로는 커피 등을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보통 공방은 작업실의 개념으로 단일 형태로 되어 있기 마련인데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게 신선해서 물으니 “아이들이 체험을 할 때 보호자들이 쉬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왔다. 분명 ‘쉬는 공간’이라고 말했지만 다소간 ‘부모 격리 공간’쯤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도예교육 철학을 들어버린 탓이다. 공방에 아이를 데리고 체험을 가면 그가 내미는 서류가 있다. 주의사항 안내 같은 건데, 하단에 당구장 표시를 달고 무려 3분의 1 정도 분량이나 할애한 부분이 눈에 띈다. 마음에 와닿은 부분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아동도예의 목적 : 스스로 선택, 창의력 발휘한 자기주도 학습으로 자존감 상승. (중략) 선택을 어려워하고 도와달라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작품에 대해 함부로 개입하거나 손대지 않습니다. (중략) 내 아이는 오늘 여기서만큼은 도예작가가 된 것이니 아이의 창작물을 오롯이 존중해주시고 과정과 그 결과를 칭찬해주시면 아이의 자존감은 자라납니다.’

도자기 빚는 물레
도자기 빚는 물레
도자기 만들기 체험 중인 아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 중인 아이
아이들이 만든 작품.
아이들이 만든 작품.

‘카페=격리공간’으로 받아들인 이유가 설명이 됐는가. 물론 공방을 방문한 이가 어른이라면 체험을 끝내고 휴식을 즐길 공간이며, 인근을 지나던 이가 커피 한 잔이 필요해 들렀다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공간이다.

공방 입구부터 접시와 컵, 아기자기 소품 등이 즐비해 있다. 물론 체험 가격표도 빠질 수 없다. 요즘 대부분 체험장이 그렇듯 이곳도 네이버 등 사전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방문할 날을 예약할 뿐 무슨 체험을 할지는 와서 정한다는 것이다. 보통 체험마다 연령 제한을 두거나, 가르치는 사람이 한 명이니 요일별로 수업 종류를 달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곳은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 각자 공방에 와서 하고 싶은 걸 정하고, 선생님은 자리를 돌면서 개별 지도를 한다.

‘하늘닮은도자기’ 한쪽에 위치한 카페 공간.
‘하늘닮은도자기’ 한쪽에 위치한 카페 공간.

가게마다 주력으로 미는 시그니처 같은 것도 없다. 디자인 구상부터 스케치, 만들기까지 모두 체험자 마음대로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는 하고 싶은 게 다르기 때문’이란다. 다만 연령이 어리다면 공방지기의 각주가 따라붙긴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이 구현이 되는 방법과 안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땐 그것이 가능한 체험으로 권유한다.

이쯤 되면 ‘아동도예체험장’으로 방향성을 둔 건가 싶었는데 주인장은 느닷없이 창업반 운영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창업반을 설명하다니 영업을 하겠다는 건가’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냈더니 웃으며 이유를 설명한다. “도예라는 분야를 대중화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흙이라는 것, 또 도예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흙은 부족한 저를 완성시켜 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존재거든요. 내 생각을 가장 잘 담아내주고, 실수를 용납하는 존재. 또 완성했을 땐 불과 물에 모두 강한 존재입니다.”

주소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560 2층

영업시간 화~일 11:00am~1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instagram @ha_d_do


홍은주 대표 인터뷰

“흙은 내가 공들인 만큼 보답… 자연 접하는 내 직업에 만족해요”

하늘닮은도자기 홍은주 대표./전강용 기자/
하늘닮은도자기 홍은주 대표./전강용 기자/

Q. 흙을 만지면 마음이 안정된다니, 안정된 사례가 있다면? 인생사 굴곡이 좀 있는 건지 궁금하다.

딱히 그런 건 없다. 제 인생은 굴곡 없이 평탄했다고 본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흙을 전공하고 만지면서 심적으로 안정이 되다 보니 인생이 크게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살면서 내 맘대로 되는 게 많이 없을 수 있는데 흙은 내가 공들인 만큼 보답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흙을 다루면서 덤덤해진 것 같다.

Q. 도예의 대중화가 목적이라고 했는데 이런 공방이 많아지면 수익이 줄지 않겠나?

하하. 미술학원이 많다고 다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지 않나. 그중에서도 잘 되는 곳이 있을 거고. 공방이 많이 생겨나면 그 속에서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서울에 비해 지역의 도예체험 비용은 낮게 형성돼 있는데 이것도 도예가 아직 대중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싸면 안 올 거라고 보고 모두가 낮게 책정한 것이다.

Q. ‘하늘닮은도자기’ 공방의 이름에 의미가 있나?

별 의미는 없다. 그냥 자연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

Q.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연을 좋아했나? 흙도 좋다 하고 하늘도 좋다 하고.

그 나이 때 자연을 안 좋아하는 아이가 있나? 밀양이 고향인데 특히 자연 가까이에 살았다. 그래서인지 자연이 소중하다. 내 아이에게도 그런 자연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자연을 접하는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아이가 도자기 빚겠다고 해도 그러라고 할 거다.

글= 김현미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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