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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막대한 예산 들인 ‘학교 밖 기관’

경남교육청 10년간 16개 기관 설립했는데 12개 더 추진

기사입력 : 2024-03-07 20:53:31

도서관 등 조성에 1000억 넘게 소요
170여명 투입·연 운영비 230억 이상
동부 예술교육원 등 12곳 설립 예정
교원단체 등 “설립 시 공론화 필요
학교 밖보다 현장에 더 집중해야”


경남도교육청은 7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가칭)영유아 통합안전체험교육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 및 사전기획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중간보고회는 여건 분석과 타당성 검토, 투자 및 재원 조달계획, 유사사례 등을 통해 설립 여부를 타진했다. 약 43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까지 창원지역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해지혜의바다
김해지혜의바다

◇교육감 취임 후 16개 기관 설립…12개 기관 설립 추진= 경남도교육청이 영유아 통합안전체험교육원처럼 설립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 기관은 모두 12개다.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설립 예정기관은 영유아 통합안전체험교육원을 비롯해 남부권 유아체험교육원, 특수교육원 서부 분원, 경남진로교육원, 진주복합문화도서관, 창원현동도서관, 하동진교도서관, 해양학생교육원, 동부권 경남예술교육원, 기록원, 수산제 미래농업체험교육원, 동부권역 학생안전체험교육원 등이다.

이 가운데 경남진로교육원이나 진주복합문화도서관, 하동진교도서관, 수산제 미래농업체험교육원 등은 지자체와 연계해 추진하면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사업비를 대응 투자받을 예정이지만, 나머지는 교육청 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다. 기관별 설립 사업비는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600억원이 소요된다. 기관이 설립되면 관리 인원도 충원 200여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도교육감 취임 이후 10년간 설립한 기관은 모두 16개다.

지난해 의령에 개원한 미래교육원을 비롯해 경남수학문화관, 진주·김해·밀양·거제·양산·거창 수학문화체험센터, 학생안전체험원, 미숭산교직원휴양원,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 김해지혜의바다 도서관, 산청지리산도서관, 예술교육원 해봄, 가야산독서당 정글북, 학교급식연구소 맛봄이다. 16개 기관을 설립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1000억원이 넘는다. 16개 기관에 투입된 인원은 170여명, 연간 운영비는 인건비를 포함해 23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수학문화관
경남수학문화관
미래교육원./경남신문 DB/
미래교육원./경남신문 DB/

◇수학·안전·도서관 집중…설립·관리·운영에 막대한 예산 소요= 설립된 기관의 특징을 보면 수학과 안전, 도서관에 집중해 있다.

수학은 어렵다는 공식을 깨고 즐기는 수학으로, 일명 ‘수포자(수학 학습 포기 학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문화관을 만들고, 진주, 김해, 밀양, 거제, 양산, 거창에 수학체험센터를 만들었다. 학생안전체험원은 각종 재난과 일상 속 위급상황을 미리 체험하고, 신속한 대응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마산,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폐교를 활용해 학생은 물론 지역주민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향후 추진 중인 기관도 도서관과 안전체험시설 등으로 지역 균형 차원에서 안배해 추진 중이다.

기관 설립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자체 타당성 용역을 거치고, 사안에 따라 100억~300억원이 넘는 사업은 교육부의 재정투자심사(중투)를 거쳐야 진행되는 사업이다. 일단 기관이 설립된 것은 취지와 필요성이 입증된 셈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나온다. 설립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기관을 설립하고 나면 관리·운영에 인력과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원단체나 노조에서는 경남교육청이 학교 밖보다는 학교 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학교 밖에서 기관을 설립해 학교 성장을 돕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예산을 투입해 교육과정 속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 설립한 체험시설 중 일부는 한 번 가면 잘 가지 않아 이용률이 저조, 학교를 찾아가는 실정이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밖에 투입하면 유지 관리와 보수, 인건비 등 불필요한 예산이 샌다. 기관을 설립할 때는 공론화해 타당한지 검토 후 제대로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방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학교 교육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데 학교 밖으로 기관을 많이 세우고 있다”면서 “정작 학교도서관에는 전담인력이 없고 평균 인력에도 못 미치는데 밖에 도서관이 세워지면 한정된 자원에서 인력이 나가게 된다. 기관설립으로 인해 막대한 재정문제뿐 아니라 학교인력이 밖으로 나가면서 학교 업무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바깥보다는 학교에 더 많은 인력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둘숙 경남교육청 정책기획관은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평소 강조했던 교육철학을 담기 위해 도서관을 설립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강조하면서 안전체험원을 설립했다. 수학문화관과 체험관도 마찬가지여서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면서 “미래교육원이나 다른 기관 등도 교육정책 방향에 맞춰 타당성 용역 등 절차를 거쳐 필요한 기관만을 설립하고 추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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