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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은퇴 후의 보람 있는 삶- 정태준(창원향토학교 교장)

기사입력 : 2024-04-14 19:21:17

35년여의 공직생활을 정리하였다. 내 나이 60대인데 퇴직하고 나서 90대까지 산다고 해도 30여년 동안 뭘 하고 지내야 할까?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무한한 혜택을 받았기에 이제는 사회를 위하여 뭔가 봉사를 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먼저 악기를 배워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 봉사를 하기로 했다.

명예퇴직 후 지인을 통해 아코디언, 색소폰,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했다. 2년 정도 배우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3명으로 ‘어쭈구리음악봉사단’을 창단하여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모 요양원 이사장을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음악봉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1년 동안 매월 2회씩 공연하고 있다. 처음에는 긴장되어서 등에 땀도 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계속하니 익숙해졌다. 노래도 하고 여러 가지 손동작 등을 통해 치매예방에 관한 교육도 같이 하니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러한 모습에 더욱 힘이 나기도 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부를 때 요양 중인 환자들도 같이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생전의 부모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면 어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 뭘 살짝 넣어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오만원이라는 큰돈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요양보호사에게 돌려준 일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사탕과 과일, 뭐든지 가지고 와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고 간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그랬을까! 받아서는 안 되지만 받지 않으면 화를 내는 일이 있기에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서 오기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부터는 음악봉사가 어려워 북면 동읍 대산면 등지에 살고 있는 거동이 힘든 25가구의 노인들에게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하며 창원향토학교에서 한글문해교육 수업봉사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 재취업을 하여 국가 또는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산다. 물론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남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노후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얼마나 좋은 일이며 보람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 본다.

정태준(창원향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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