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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뛰고 유가 들썩… 경남 경제계 ‘중동발 악재’ 촉각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위기 우려

기사입력 : 2024-04-15 20:32:16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위기 우려
“중동 수출 제품 부가가치 높아
갈등 심화 땐 기업·협력사 영향”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자 경남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가 고유가·고환율로 또다시 3고(高)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환율은 급등했다. 15일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3.2원을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 유가도 들썩였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 선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다만 15일에는 85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며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분쟁이 확전된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도 커진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때와 달리 국내에 심각한 원유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 주식 시장도 출렁거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46p(0.76%) 내린 2661.36으로 개장했고, 장 초반 40p 넘게 빠지며 2641.16까지 떨어졌다. 이후 중동 사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진정되면서 장중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42% 내린 2670.43으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2380억원, 267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고, 개인은 247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경남지역 경제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창원상의 관계자는 “경남의 대이스라엘 수출은 전체의 0.3%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자동차, 항공기 부품, 공기조절기, 굴삭기, 공작기계, 냉장고 등 경남의 주력산업이자 완성품, 내구 소비재와 부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들이 주를 이룬다”며 “경남산업에 있어 완성품 수출이 많은 중동지역에 갈등이 심화, 확산된다면 경남 수출기업과 협력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환율, 유가 같은 가격 변수는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각적으로 영향이 미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남 주력 산업인 제조업 활력에 좋은 영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환율 같은 경우에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함께 미국에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경제지표를 통해 나오고 있는 부분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내 수출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을 통해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들은 원자재값이 오르더라도 환율도 함께 오르니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는 반면, 국내 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업체들은 환율, 원자재값 등이 오르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도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영향을 살피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키로 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해상 수출입 물류 영향을 점검하고 지난해 12월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선박 공격 때부터 운영하고 있는 민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타지역까지 확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무역협회 등과 함께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갖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전체 수출 대비 중동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나리오별 무역금융 특별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규홍·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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