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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사투리- 조고운(디지털 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04-21 19:32:58

“TV를 보는데 친구가 앞에서 화면을 가릴 때, 경남사람은 뭐라고 말할까” 이 질문에 “쫌!”을 떠올렸다면 경남 토박이일 확률이 높겠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메이드 인 경상도’에서 창원 출신 주우재가 낸 퀴즈다. 구독자 307만명의 ‘피식대학’은 지역출신 연예인과 사투리로 대화하고, 엉터리 사투리 남발로 사투리를 MZ세대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어색한 미디어 사투리 기강 잡기’를 목표로 한 사투리 강의로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화제다. 바야흐로 ‘힙’해진 사투리 전성시대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어느 한 지역에서만 쓰는 말을 뜻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통제를 위해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하면서 그 개념이 시작됐고,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맞춤법통일안에서 서울말을 표준어로 못 박았다. 이후 국어기본법은 교과서와 언론 등에서 표준어를 쓰도록 규정했다. 지금도 여전히 공식석상에서는 서울말을 선호하고, 사투리 교정학원이 성행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언어는 6700개에 달하지만, 인구의 90%는 상위 100개의 언어만 사용한다고 한다. 나머지 6000개의 언어는 멸종위기 언어인 셈이다. 책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에서는 “한 언어의 어휘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역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한 문화가 이야기하고 분류하는 사물들의 목록이다. 한 언어가 소멸한다는 것은 한 문화 생태계를 붕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 지역 소멸과 사투리 사멸 위기가 현실이 됐다. 국립국어원 조사 결과 국민의 사투리 사용 비중은 2005년 52.4%에서 2020년 43.3%로 9.1%p나 줄었다. 사투리는 지역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고유한 문화이자 지역성 그 자체다. 사투리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사투리 생존을 위한 기회의 때가 아닐까.

조고운(디지털 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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