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세상을 보며] 아기는 가정의 행복-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기사입력 : 2024-04-29 19:35:44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의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이다. 우리나라 월 출생아가 2만명 이하인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최초라고 한다. 반면 2월 사망자 수는 2만9997명으로 전년의 2만7358명 대비 9.6% 증가했다. 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만614명의 인구가 순감소했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작년 12월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굳이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인구 소멸 현상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라고 한다. 남성 1명 여성 1명이 결혼해 채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세대가 지날수록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것이 뻔하다. 인구감소 현상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방의 작은 지자체에서는 당장 존폐가 걸린 심각한 문제다.

통영시 인구가 2월 말 11만9963명으로 12만명이 무너졌다. 2020년 5월 12만9997명으로 13만 명에서 12만 명대로 떨어진 후 3년 9개월 만에 11만 명대로 다시 떨어졌다. 2023년 태어난 출생아 수도 333명이 전부다.

고성군은 2022년 6월 처음으로 인구 5만이 무너졌다. 한때 ‘인구 늘리기 시책’에 힘입어 5만명 이상으로 회복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4만명대로 추락했다. 한 해 출생아 수는 채 100명도 되지 않는다. 2022년 92명, 2023년에는 85명이 태어난 게 전부다. 개천면과 영오, 대가, 상리면에는 출생아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인구 소멸을 해소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다.

통영 멍게수협은 자녀를 출산하는 직원들에게 ‘1호봉 특별 승급’을 해주기로 했다. 1호봉이 오르면 연봉이 150만원 정도 오르고, 승진 가산점도 주어진다. 2남 2녀를 둔 김태형 멍게수협 조합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작년에 조합장 취임 후 직원들과 면담하면서 출산과 육아 문제를 토로하는 직원들을 보고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창원한마음병원은 올해부터 출산한 직원에게 출산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최근 3년 동안 아이를 출산한 직원을 파악해 80여명에게 총 8000여만원을 소급 지급했다. 병원의 법인 의장이면서 산부인과 전문의인 하충식 의장은 “출산부터 양육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알고리즘을 타고 우연히 접하게 된 어느 아기 유튜브 채널에 그만 빠져버렸다. 이 채널엔 34개월 아기의 일주일치 일상을 담은 영상이 매주 올라오는데, 귀여운 목소리로 똑 부러지게 의사를 표현하는 아기의 모든 말과 행동, 표정이 그저 사랑스럽다. 보고 있으면 아빠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영상마다 ‘이 시대 최고의 출산장려 영상’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저출산과 인구 소멸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아기가 가정의 행복이라는 믿음이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