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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백일해’ 경남 어린이 덮쳤다

기사입력 : 2024-05-02 20:29:46

올해 199명 환자 발생 전국 ‘최다’
창원 마산회원구서만 101명 확진
대다수 12세 이하… 확산세 우려
도, 역학조사 “백신 접종이 최선”


경남에서 12세 이하 어린이를 중심으로 백일해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학부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경남에서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모두 199명으로 전국 확진자 401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은 경기 60명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올해만 199명… 전국 ‘최다’= 2일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병원 게시판에는 ‘백일해 추가접종 서두르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으로 전날부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지만, 이날 만난 의료진과 환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5살 아이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허모(40대)씨는 “백일해가 유행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우리 아이도 감염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창원지역 맘카페에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 회원은 “11살 딸아이 기침이 안 멈춰 백일해 검사를 했더니 방금 양성이 나왔다”며 “위험한 거 아닌지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도 “우리 딸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는데, 처방해 준 약 다 먹어도 전혀 호전 없이 날이 갈수록 기침만 심해진다”며 “백일해 검사는 받았는데, 확진되면 항생제 치료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을까. 아이 기침 소리에 계속 눈물만 난다”고 호소했다.

최근 10년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확진자 발생이다. 코로나19 유행 전 최다 발생을 기록했던 2019년(26명)과 비교해도 8배가량 환자가 많다.

동기간 연도별 환자 발생 수를 살펴보면, 2015년 5명에서 2019년 26명으로 늘다가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하면서 2020년 11명, 2021년 0명, 2022년 2명, 2023년 1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제한 조치가 해제된 후 2023년 11월 86명을 시작으로 도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1월 52명, 2월 53명, 3월 29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4월 65명으로 다시 늘어나 안심하긴 이르다.

◇12세 이하 어린이 ‘70%’ 차지=‘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기침이 10주 이상 지속되어 ‘100일 기침’으로 알려졌다.

전파력도 강하다. 주로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데,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1명이 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도내 발생 환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만 절반이 넘는 101명이 발생했다. 다음으로는 함안군 44명, 거제시 15명, 사천시 1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환자의 대다수가 12세 이하 어린이라는 점이다. 올해 감염자 연령을 보면 0~12세 어린이가 141명으로 전체의 70.8%를 차지한다.

도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유행의 여파로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백일해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검사 건수 늘면서 발견도 많아져…백신 접종 최선”=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남의사회는 이에 대해 정확한 것은 역학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백일해 검사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른 문제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감기가 심하지 않은 경우 백일해 검사를 하지 않아 몰랐던 경우가 많았는데, 경남지역에 백일해 확진자가 나오면서 검사 건수도 늘어 확진자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백일해 발생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고 이를 지역의사회와 공유해 환자 발생 시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 위원장은 “향후 지속적인 발생이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조사와 정보공유가 이뤄져 조기 진단과 치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성인 백일해 백신 접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돌 전에 아이들은 접종률이 높지만 추가 접종률이 떨어지고, 특히 성인의 경우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아서 성인 백일해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성인 백일해 발생의 역학조사와 성인 백일해 접종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침을 아주 발작으로 심하게 하거나 밤에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경우, 기침 후 ‘웁’ 같은 소리를 내는 경우에는 백일해를 의심할 수 있다”며 “백신접종이 최선의 예방책인 만큼 가까운 의료기관에 가서 상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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