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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농법’ 고 이영문씨 아들, 토종종자 53점 기증

아버지가 수집·재배·보관한 콩류 등

경남도 농업인력자원관리원에 맡겨

기사입력 : 2024-05-06 20:49:32

‘토종 종자’ 보존과 육성에 평생을 바쳤던 태평농법 창시자이자 친환경농업 전문가 고 이영문씨의 아들 이준부(사진)씨가 최근 경상남도 농업인력자원관리원에 토종 종자를 기증했다. 아버지 이영문씨가 수집·재배·보관했던 적색 작두콩, 자색 완두 등 콩류 23종, 개구리참외, 조선배추, 흰 당근 등 과일·채소류 17종, 바디나물, 노랑매 옥수수 등을 포함해 총 53점에 이른다.

경남 종자은행에 토종 종자를 기증한 이준부씨./경남도/
경남 종자은행에 토종 종자를 기증한 이준부씨./경남도/

종자 기증은 처음이 아니다. 이영문씨는 지난 2011년 벼, 조, 콩, 기장 등 식량작물 112점, 호박, 가지, 수박 등 원예작물 25점, 참깨, 들깨 등 특용작물 8점, 소귀, 공작초 등 기타 작물 9점 등 154점에 달하는 토종 유전자원을 종자은행에 기증한 바 있다. 이씨는 하동군 옥종면과 사천시 서포면에서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데 평생을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자를 뺏기면 혼을 뺏기고 혼을 뺏기면 땅을 뺏기고 땅을 뺏기면 또 식민지가 된다.’

이준부씨는 “아버지께서 살아생전 강조했던 뜻을 받들어 10여년 전 종자를 기증해 인연을 맺었던 농업인력자원관리원에 다시 한번 기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증받은 경남도 농업인력자원관리원은 지난 2007년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토종 유전자원 보존 육성을 위해 경남 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밀양시 상남면에 있는 종자은행은 온도와 습도 유지시설을 갖춘 대형 저장고로 현재 토종 종자 3955점을 보존하고 있다. 보존에 그치지 않고 일반 농민 수요가 많은 토종 종자 10여종을 매년 증식한 후 2000㎏ 이상을 무상 분양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를 복원, 육성하기 위한 활동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금원산생태수목원은 10년생 구상나무 묘목 400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또 묘목 270그루는 함양 월봉산 복원지에 분양했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지리산과 한라산 등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잎이 떨어지고 줄기와 가지가 마르는 등 집단 고사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금원산생태수목원은 국립산림과학원과 공동으로 구상나무 복원 연구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구상나무 종자를 파종, 증식해 10년 동안 묘목을 가꾸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금원산 정상부 두 곳에 5년생 묘목 1350그루를 복원해 심었고, 2021년에는 덕유산 민주지산에 7년생 구상나무 묘목 1600그루를 복원 연구용으로 제공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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